침팬지 문명이 인간 사회를 대체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최근 개봉돼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소의 윌리엄 홉킨스(Hopkins) 박사 연구진은 침팬지의 지능도 인간처럼 유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영화의 상상력에 신빙성을 더했다.

연구진은 9~54세의 침팬지 99마리를 대상으로 공간 기억력, 도구 사용 능력, 인과관계 추론력 등 13가지 인지능력을 알아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테면 3개의 비커 중 먹이를 숨겨놓은 쪽이 어떤 것인지 기억하는 시험으로는 공간 기억력 정도를 알 수 있었다.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한 장면.

연구진은 각 검사에서 나온 점수 차이를 침팬지의 성별과 가족 관계, 성장 환경 등과 비교했다. 만약 침팬지 부모가 공간 기억력 점수가 높고 그 자손도 해당 점수가 높다면 유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석 결과 지능 차이의 52.5%가 유전에 의한 것으로 설명됐다. 예를 들어 공간 기억력의 점수 차이는 54%가 유전적 차이에 의한 것이었으며, 인과관계 추론력의 유전 가능성은 1%에 불과했다.

홉킨스 박사는 "침팬지의 지능은 야생 상태인지, 사람 손에 자랐는지 같은 환경 요인이나 성별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었다"며 "똑똑한 침팬지는 생존이나 짝을 찾는 데 유리해 지능이 다른 특성보다 더 잘 유전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0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인터넷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