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소아제약의 쇼핑몰에서 파는 제품은 백화점 쇼핑몰에서 파는 제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백화점 쇼핑몰에서 통하는 VIP 우대 정책이 함소아제약 쇼핑몰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함소아제약의 쇼핑몰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수의 고객의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죠. 이 말은 함소아 쇼핑몰에서도 VIP 고객에 대한 밀착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 아닐까요?"

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정오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함소아제약의 회의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비즈니스 디베이트 시간이다. 이 날의 주제는 ‘함소아 몰은 VIP 회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이 주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회의 시간에 흔히 보이는 무기력한 모습 혹은 지지부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주어진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듯 쉼 없이 발언했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함소아제약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 디베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프로젝트의 추진 동기를 이상용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회사 대표들은 조직의 각 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창의적으로 일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실제 회의 시간을 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러저러한 방법들을 써봤습니다만, 결국에는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비즈니스 디베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 달 이상 고민했습니다. 결국에는 또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발전은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 강화 없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도입했습니다. 최소한 3년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대표는 “큰 성과를 기대했다기보다는 최소한 회사의 현안들을 서로 정확히 공유하는 것만 이뤄져도 좋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함소아제약은 우선 팀장급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디베이트 교육을 시작했다. 첫 모임은 2014년 5월 9일에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9시까지 비즈니스 디베이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시범적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는 ‘함소아 미래 발전 전략은 - 한의학 아이덴티티 강화 vs. 서양의학 시장과의 접목’.

함소아가 한의학에 뿌리를 둔 회사임을 감안할 때, 그 미래 전략을 한의학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에 두는 것이 유리할지, 서양 의학이 이미 확장해놓은 영역에 접목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유리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첫 모임이 끝나고 나서 참가자들은 “머리가 확장되는 듯한 느낌”, “내 입장과는 다른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HNB 사업부의 김연선 개발팀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처음에 이를 하자고 대표님이 말할 때 반응은 반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즈니스 디베이트는 과연 뭘까하는 반응과 일도 바쁜데 뭘 또 하라는 거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모임을 가진 후에 대부분 호의적으로 돌아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미있고 유익했으니까요. 다만 공부량이 많은 것이 조금 힘든 점은 있습니다. 급작스럽게 생겨나는 중요한 업무들이 많을 때는 매주 하나의 주제를 조사해서 토론하는 일이 쉽지는 않거든요.”

함소아 팀장들의 생활은 이렇게 바뀌었다. 주말에는 각자 자료를 조사한다. 그리고 팀별로 카카오톡에 아지트를 만들어 자료를 공유한다. 역할을 나눈다. 기조 발언자가 발표문을 올리면 서로 댓글을 달아 수정한다. 상대방 팀의 전략을 예상해서 반박 내용을 준비한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시간이 되는대로 30분-1시간씩 만나 생각을 조율한다. 그리고 목요일 점심때 만나 정식으로 비즈니스 디베이트를 진행한다. 12시부터 2시까지 진행하는데,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면서 진행하니 실제 업무시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동안 함소아에서 진행한 비즈니스 디베이트 주제들을 음미해보자. 모두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민하는 내용이다.

* 함소아의 홍보전략의 포인트는? : 올드 미디어 vs 뉴미디어
* 함소아의 미래전략의 포인트는? : 한의학 아이덴티티의 강화 vs 서양의학과의 접점을 통한 시장 개척.
* 함소아 제약의 가격 정책은? : 삼성식 가격정책 vs 애플식 가격정책
* 함소아 홍보 마케팅 조직 구조는? : 사업분야별 관리 vs. 홍보팀 통합관리
* 함소아 몰 VIP 회원 관리 운영을? : 찬성 vs. 반대
* 원격진료 시대 : 함소아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vs. 함소아는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 더 낫다

사실 이런 모임이 오래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각자 바쁜데다, 준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소아에서는 경영자의 의지가 더해졌다. 이상용 대표가 늘 이 자리에 함께 한다. 사장이 버티고 앉아있으니 작은 불만들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버린다.

“어차피 일하면서 고민하는 문제들인데, 조금 더 준비해서 토론하니 문제들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 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인 사고가 자라는 것을 느끼고요. 이제는 똑같은 서류를 검토하더라도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김연선 팀장의 증언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2주 전부터는 직접 참가팀에 속해 같이 준비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주일에 비즈니스 디베이트로 인해서 각자 5시간 정도를 쓰는 것 같았습니다. 매주는 부담스러우니 2주나 3주에 한번 하자고 했던 불평이 이해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정도 진행했는데도 벌써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들이 아주 좋아졌고, 또 회사의 현안들을 서로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것을 모두 인정하는 눈치입니다. 앞으로의 결과가 더 기대됩니다.”

지난주에는 회사의 현안 외에 세상일 돌아가는 이야기도 해보자는 의견에 ‘미국 달러는 미국 정부가 발행해야 한다’는 주제로 비즈니스 디베이트를 했다. 처음에는 “아니 그럼 지금까지 미국 달러를 미국 정부가 아니라 누가 발행했다는 거야…?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놀랐던 반응이 디베이트 후에는 “지금 세계 경제의 근본 문제를 알았다”는 반응으로 바뀌었다. 공통적으로는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세계 경제의 핵심 문제를 알게 되어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직원 모두가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는 회사. 어떤 의견이든지 경청해서 들어주고 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 주어진 일을 타성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늘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는 문화가 자리 잡힌 회사. 세상일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공부하는 문화가 정착한 회사. 이런 회사가 결국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비즈니스 디베이트는 그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