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대비해 한국 기업들과 한층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사업을 확대할 것입니다."

일본계 화학기업 도레이그룹 닛카쿠 아키히로(65·日覺昭廣)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입지적인 이점(利點), 삼성·LG·현대중공업 같은 글로벌 기업과 우수한 인재, 외국인 투자에 대해 우호적인 정부를 모두 갖춘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닛카쿠 사장은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 인수를 계기로 한국 내 도레이그룹 계열사 8곳이 2020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6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그룹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은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2020년 한국 내 그룹 계열사 8곳의 매출을 현재 2배 수준인 6조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1926년 설립된 도레이그룹은 비행기 외관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휴대폰의 LCD(액정표시장치)용 필름 등을 만드는 글로벌 소재(素材) 기업이다. 작년 기준으로 4만5881명 직원이 18조90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는 1963년 코오롱(옛 한국나일론)에 나일론 기술을 제공했고, 삼성과 합작법인 제일합섬을 세웠다.

닛카쿠 사장은 이달 8일 전북 새만금 플라스틱 공장 기공식 참석차 한국에 왔다. 새만금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열(熱)에 강한 플라스틱으로 자동차 엔진 등에 사용된다. 도레이는 201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8600t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도레이는 새만금에 투자한 첫 외국계 기업이기도 하다.

"다른 아시아 지역들도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새만금이 항만 등 물류와 전문 인력 확보, 중국 시장과의 접근성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뛰어난 인프라와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북도, 군산시 등의 적극적인 지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닛카쿠 사장은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소재 투자 강화 움직임과 관련, "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는 '일본적인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일본기업)는 탄소섬유 하나만 40년 넘게 걸려 만들었다"며 "한국 대기업들이 최근 소재 산업에 투자하는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 특성상 참고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에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일본과 한국의 기술자들이 교류해 혁신 제품을 내놓는다면 도레이는 좋은 소재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도레이케미칼에도 2020년까지 2370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열에 강한 고강도 합성섬유) 등 신소재 사업을 확대하겠습니다."

닛카쿠 사장은 세계 소재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1인당 소득(GDP)이 3000달러가 넘으면 생활필수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5000달러 이상이면 고(高)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며 "현재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GDP가 계속 상승하는 만큼 신소재 산업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도쿄대 공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73년 도레이에 입사해 2010년 대표이사·사장을 맡은 닛카쿠 사장은 주말에도 근무하고, 지시 사항을 직접 적어 직원들의 책상 위에 놓아둘 정도로 '디테일'에 강한 '현장형(現場型) 경영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