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LF·제일모직 등 대기업 패션 계열사들이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집 안에서 쓰는 빗·수건·빨래집게·카펫·거울·접시·침구류 등 생활용품 시장을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 생활용품 시장은 중소·중견기업 제품과 '최고급 홈 컬렉션'을 내놓는 명품 의류 브랜드 에르메스·아르마니·베르사체 등으로 양분(兩分)됐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디자인과 품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생활용품을 내놓으며 이 시장에서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연말 글로벌 1위 가구·생활용품 업체인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하면 '라이프스타일 전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中低價 디자인 생활용품 전성시대

삼성에버랜드는 지난달 26일 사명(社名)을 제일모직(영문명 Cheil Industries Inc.)으로 바꾸면서 회사 비전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LG패션도 올 3월 사명을 'Life in Future'의 약자인 LF로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미래 생활문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 매장(약 560㎡)을 개장하며, "2020년까지 5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이 생활용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서울 가로수길 일대 풍경도 바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주' 매장(①+②)을 열었고, LF도 생활용품 매장'어라운드 더 코너'(③+④)를 운영 중이다.

가로수길 '자주'에는 주말이면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소비자가 몰려온다. 황의건 신세계인터내셔날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는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멋진 집 안을 꾸미는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젊은 1인 가구, 월세 시대라는 한국의 주거문화까지 가세해 중저가 디자인 생활용품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패션·외식사업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상사가 국내 지분 40%를 가진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정도 늘었다. 하지만 경쟁 기업들이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뛰어들자 고객 이탈을 막기위해 올 4월 전체 상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70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35%까지 내렸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12개인 점포를 2017년까지 30곳으로 확장하고 매출을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LF는 '어라운드 더 코너'라는 생활용품 매장을 서울 가로수길과 홍대입구, 코엑스몰에서 운영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매장인 '비이커'와 '10꼬르소꼬모'도 북유럽의 식기, 수납장, 향초, 컵 등을 판매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현대리바트를 인수해 올 상반기 '리바트 스타일샵'이라는 점포를 5곳 열었다. 한샘도 부산 센텀과 서울 목동에 대형 매장을 열고 생활용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이달 18일 서울 강남역에 개장하는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니코앤드 매장은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인 H&M도 다음 달 국내에 'H&M 홈'을 개장한다.

해외에선 수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 붐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젊은 소비자들이 아웃렛, 복합쇼핑몰, 편집매장, 라이프스타일숍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넘나들면서 생활용품 시장이 활성화됐다. 현재 일본에선 '어번 리서치 스토어' '프랑프랑' '자라 홈' 등이 인기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 역시 패션 분야를 넘어 여러 생활용품을 들여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국내 백화점도 의류매장 한가운데에서 향초를 팔거나(신세계백화점), 매장 전체를 라이프스타일 층으로 바꾼 사례(갤러리아백화점)가 등장하고 있다.

김태선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팀장은 "올해 1인당 소득이 3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만개(滿開)하고 있다"며 "북유럽 생활용품 브랜드를 발굴하며 전통 유통 채널인 백화점도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