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피에 삼페인.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우파와 좌파를 아우르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제3의 길’은 주창했다. 드골의 이런 정치적 노선은 대통령 재직 당시 대내외적으로 많은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사후 시대의 리더로서 그가 보여준 모습을 재평가받으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서구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변함없이 실용적 정치노선을 추구했던 드골 대통령이 사랑한 샴페인이 있다. 주인공은 드라피에 샴페인이다. 드골은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드라피에 샴페인과 함께 했다. 드라피에 샴페인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3의 길’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드라피에 삼페인과 드골 대통령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우직하다. 드라피에 샴페인은 마케팅 활동이 거의 없다. 이에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너의 해외 파트너사 방문에 드는 교통비가 마케팅 비용의 전부다. 마케팅보다는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대기업 자본이 만연한 샴페인 업계에서 보면 미련해 보일 정도다.

드라피에는 이런 성향 덕분에 유럽에서 샴페인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많이 소비된다. 특히 합리적인 소비로 유명한 독일인에게 드라피에 샴페인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드라피에 샴페인의 또 다른 매력은 친환경(Eco Champagne House)이라는 점이다. 샴페인을 양조할 때 오직 자신의 빈야드(포도원)에서 유기농 기법으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한다. 일부 시그니처(고가·고품질 제품) 샴페인의 경우 한 곳의 빈야드에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와이너리가 자기 빈야드에서 생산한 포도만을 사용해 모든 샴페인을 생산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드라피에 샴페인은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와이너리가 와인을 양조할 때 산화방지를 위해 이산화황을 첨가하지만, 드라피에는 이산화황을 전혀 첨가하지 않거나 극소량만 집어 넣는다. 그 이유는 드라피에의 소유주인 미셸 드라피에와 그 가족이 이산화황에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피에 삼페인은 이런 특징에 힘입어 드골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현직 프랑스 대통령이 애용하는 샴페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드라피에 그랑드 상드레’(Champagne Drappier, Grande Sendree)는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에서 진행하는 공식만찬에 사용된다. ‘드라피에 까르트 도르 브뤼’(Champagne Drappier, Carte D’Or Brut)는 프랑스 유명 배우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매일 마셔 화제가 됐다. 이산화황이 전혀 없는 ‘드라피에 브뤼 나뛰르 제로 도자즈 상 수프르’(Champagne Drappier, Brut Nature Zéro Dosage Sans Souffre)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자신의 결혼식에 사용해 유명해졌다.

한국 샴페인 시장은 크지 않고 소수의 특정 브랜드 제품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점점 다양한 계층에서 샴페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마케팅에 현혹되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빚어낸 드라피에 샴페인에 마음의 문을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