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5~2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세계 개발자·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구글I/O' 행사에 등장한 구글 임원들은 대부분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셔츠가 긴소매냐 반소매냐, 청바지 색이 짙으냐 옅으냐 정도만 달랐다. 단체로 유니폼이라도 맞춘 듯했다.

구글의 디자인 전략을 담당하는 마티아스 두아르테(Duarte) 부사장은 이들과 달랐다. 그는 반짝이는 소재로 만든 재킷에 녹색 바탕에 덩굴무늬가 새겨진 명품 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는 순다 피차이(Pichai) 수석부사장에 이어 개막일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등장했다. 지난해까지는 앞 순서에는 온통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신기술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디자인 전략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구글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구글, 손목시계부터 TV까지 디자인 원칙 통일

두아르테 부사장은 이날 '머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이라는 통일된 디자인 원칙을 새로 공개했다. 이 디자인은 화면 안에 크기와 모양이 각양각색인 종이가 겹겹이 쌓여 있다고 가정하고, 이 종이를 접고 구부리거나 움직여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전화 걸기 화면에서 버튼을 누르면 숫자 키가 적혀 있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주소록 화면이 펼쳐지는 식이다.

마티아스 두아르테(Duarte) 구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I/O’ 행사에서 ‘머티리얼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 구성과 메뉴 등을 간결하게 통합한 것으로 향후 구글의 모든 서비스와 기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 디자인 원칙은 손목시계부터 스마트폰·태블릿PC·인터넷·TV·자동차까지 구글이 만드는 모든 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그는 "머티리얼 디자인은 구글이 만들었지만 전 세계 모든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것"이라며 "구글의 경쟁사도 이 디자인을 활용해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구글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투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개발자들은 제각기 앱(응용프로그램)을 디자인했고,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이나 앱 사용 방식은 중구난방이 됐다. 경쟁업체 애플이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각 앱의 메뉴나 사용 방식도 거의 비슷하게 통일해 사용하기 편한 점과 확연히 대조됐다.

두아르테 부사장은 구글의 디자인 전략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2010년 그가 입사한 이후 구글의 디자인은 확 달라졌다. 그는 색상 사용, 화면 구성, 화면 전환 등에 대한 원칙을 정리하고 화면용 서체(書體·폰트)도 새로 만들었다. 혼돈 상태였던 안드로이드 디자인에 질서를 세운 것이다.

간단하고 빠른 디자인으로 승부

두아르테 부사장은 이번에 머티리얼 디자인으로 도전의 폭을 넓혔다. 그는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서로 다른 크기의 화면과 기기, 서비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빠르고 재미있는(simple, fast, fun) 원칙을 만든 것"이라며 "여태 어떤 회사도 해보지 않은 담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기용으로 개발한 것이라서 그런지, 머티리얼 디자인은 흰색 바탕을 기본으로 번거로운 장식을 최소화했다. 처음 쓰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모든 기능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구글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왔다. 2011년 공개한 안드로이드 OS는 검은색 바탕에 형광 빛이 나는 푸르스름한 파란색을 강조했다. 1년 뒤에는 바탕색을 흰색으로 바꾸고 파란색도 줄였다. 그는 "환경 변화에 따라 디자인도 달라진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선택도 있지만 과거의 것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