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메가론 국제콘퍼런스센터의 한 강당. 세계고혈압학회와 유럽고혈압학회의 통합 학술대회가 진행되던 이곳에서 의사·교수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보령제약의 단독 심포지엄이 열렸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KANARB)'〈사진〉의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카나브는 고혈압을 유발하는 성분인 앤지오텐신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ARB(Angioten sin Receptor Blockers) 방식의 고혈압약이다.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으로 세계적으로는 여덟 번째 고혈압 신약이다. 임상 시험을 주도한 카르도나 무노즈(Munoz) 멕시코 과달라하라대 교수는 "카나브는 이완기 혈압뿐 아니라 수축기 혈압을 낮추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6월 13~16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유럽고혈압학회 통합 학술 대회의 특별 세션에서 에르네스토 카르도나 무노즈 멕시코 과달라하라대 교수가 보령제약 카나브에 대한 멕시코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임상 시험 거쳐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 말 멕시코의 스텐달사와 중남미 13개 국가에 대한 카나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현지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중남미 국가에는 현재 약 1억명의 고혈압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고혈압약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늘고 있다. 스텐달사의 엘란 마케다(Maceda) 부사장은 "카나브가 저렴한 일반 고혈압 복제약보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효과가 좋아 중남미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고혈압학회는 전 세계 1만여명의 의사 및 제약 산업 관계자가 참석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회다. 카나브에 대한 참석자들의 호응은 대단했다. 보령제약 카나브 부스에는 매일 세계 각지의 의사와 제약사 관계자 500여명이 방문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지난해 1월 공개된 국내 임상 시험 결과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임상 시험은 국내 최대 규모인 1만4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카나브는 지난해 약 350억원을 벌어들였다. 발매 첫해인 지난 2011년(10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매출 규모가 커졌다. 국내에서 판매한 카나브 매출과 멕시코·브라질·러시아·중국 등 제약 회사들과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서 따낸 금액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20여개 가운데 2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제품으로는 카나브가 유일하다.

해외시장에서 본격 판매 시작

본격적인 해외 판매도 시작한다. 지난달 27일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멕시코에서는 시판 허가를 받았다. 다음 달 초부터 '아라코(ARA·H· KOR)'라는 이름으로 처방될 예정이다. 'ARB 계열의 고혈압약으로 심장(Heart)을 위한 한국(KOREA)에서 온 약'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보령제약과 스텐달사는 카나브로 멕시코에서만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내 ARB 계열 고혈압약 가운데 1위를 노리고 있다.

미국·일본 등의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할 계획이다. 중남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스텐달사와 손을 잡은 것처럼 미국·일본 시장에 카나브를 알리기 위한 협력사를 올해 중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15개 국가와도 수출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학술대회 기간에는 유럽 내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춘 독일 제약사와도 만났다. 보령제약 측은 "유럽이 뚫리면 남아프리카나 중동 지역 등에도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하기 위해 카나브의 해외 임상 시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스텐달사와 향후 6년 동안 1억달러(약 1021억원)를 투자해 카나브의 효능을 꾸준히 입증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국 신약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