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기업의 이익을 결정하는 세 가지 동인(가격·판매·원가) 가운데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가격의 긴 역사와 중요성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이제 이 분야에서 웬만한 혁신은 이미 다 나왔다고 추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30년간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가격 책정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 시스템, 방법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좋은 성과를 올렸거나 올리고 있는 가격 혁신 사례를 몇 개 알아보자.

지난 2012년의 영국 런던올림픽은 역대 다른 올림픽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공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바로 주최 측의 뛰어난 가격 정책이었다.

우선 가격을 나타내는 숫자 자체가 구구절절 설명을 하지 않아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싼 입장권은 20.12 파운드였고 제일 비싼 것은 2012파운드였다. 즉 2012라는 숫자가 늘 표시 가격에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설명을 안 해도 그것이 2012년 런던올림픽을 뜻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아차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는 "당신 나이만큼 내세요(Pay Your Age)"라는 슬로건으로 다가갔다.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그들의 연령과 같게 한 것이다. 일곱 살 아이는 7파운드를 내고, 17세 소년은 17파운드를 냈다. 이 가격 구조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각 언론사에서는 앞다투어 이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가격 체계는 매우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공평하다는 평판도 들었다. 한편 노인들은 비교적 저렴한 입장권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가격 할인이 전혀 없었다. 어떤 경기에서는 표가 매진되지 않았음에도 조직위원회는 이 방침을 철저히 고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최 측은 각 경기는 입장료만큼의 값어치가 있다는 신호(signal)를 명확히 보낸 것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인기 있는 경기 입장권과 인기 없는 경기 입장권을 묶어서 한 패키지로 파는 일이 흔한데, 조직위원회는 그러한 '결합 가격' 정책도 포기했다.

주최 측은 또한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모든 입장권의 99%가 온라인으로 판매됐다. 올림픽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3억7600만파운드(약 6520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적인 가격 전략 때문에 실제 수입은 6억6000만파운드(약 1조1440억원)에 달했다. 목표치를 무려 75%나 초과 달성했는데, 이전에 베이징, 아테네, 시드니에서 열렸던 세 올림픽에서 올린 수입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높은 액수였다.

세계 제일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는 2006년에 세계 최초로 승객들이 부치는 짐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승객이 짐 하나에 3.5유로를 내도록 했고, 요즘엔 20㎏까지 비수기에는 25유로, 그리고 성수기에는 30유로를 지불하도록 한다. 고객들이 짐을 일 년에 수백만 개 부치고 있으니, 이 가격 정책 덕분에 라이언에어는 수천만유로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음이 틀림없다. 또한 라이언에어는 이 가격 정책을 다음과 같은 놀라운 메시지로 전달했다. "이제부터 짐을 부치시지 않는 승객들은 항공료를 약 9퍼센트 절약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아무도 짐 부치는 값을 내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라이언에어는 승객들이 덜 주목하는, 따라서 가격탄력성이 낮은 각종 부문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즉 운동기구나 악기를 부치면 50유로, 좌석을 예약하면 10유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2% 추가 등이다. 이따금 이 회사의 마이클 올리어리(O'Leary) 회장은 화장실 이용료 같은 새로운 추가 요금을 도입할 것처럼 얘기하고는, 시행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당수 고객이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도리어 고마워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