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올 2분기(4~6월) 실적이 급락할 우려가 제기됐다. IBK투자증권은 24일 삼성전자가 2분기에 매출 53조1410억원, 영업이익 8조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분기 이익 8조원이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하락 추세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16% 떨어진 수치다. 특히 매출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은 2005년 2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사업 호조로 급성장해온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삼성그룹 17개 상장사가 거둔 영업이익 중 92.3%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사업부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거둔 영업이익의 21.3%를 책임지는 기업이다. 즉 IM 부문이 부진하면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리고,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삼성그룹과 한국 산업 전반에 여파가 미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부진에 삼성전자 실적 급락 우려

실적이 악화된 최대 요인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다. 올 4월 출시된 갤럭시S5는 세계 시장에서 1500만∼20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갤럭시S4의 초기 판매량 2050만대보다 떨어지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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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실적이 급상승하는 '퀀텀(Quantum) 점프'를 해왔다. 2010년 나온 갤럭시S는 1년간 1500만대가 팔렸다. 갤럭시S2는 출시 후 1년간 2750만대, 갤럭시S3는 5200만대가 각각 팔렸다. 하지만 갤럭시S4는 갤럭시S3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갤럭시S5는 오히려 판매량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더이상 돋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삼성전자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식 화면표시장치,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전자펜을 탑재하는 등 성능에서 경쟁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애플·LG전자 등 기존 경쟁사는 물론이고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기업도 괜찮은 품질의 스마트폰을 중저가에 출시한다. 기술이 표준화되고 부품 조달이 쉬워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샤오미다. 샤오미는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부품을 사용하고 매주 주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올랐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나 이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품 계열사·협력사로 하방 쇼크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단순히 삼성전자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같은 계열사부터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부품 협력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납품 비중이 60%가 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1205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2분기 갤럭시S4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가 올해 실적이 급전직하한 것이다.

협력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하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터치 패널을 만드는 이엘케이는 2011년 17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작년에는 42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부품사들은 올해 매출이 20~30% 줄어든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올해는 긴축 경영을 기조로 적자 폭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과잉 생산과 저가 경쟁으로 인해 연쇄 도산이 발생했던 사례가 스마트폰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과거 LCD(액정디스플레이) TV에서 빛을 내는 광원(光原) 부품을 생산했던 디에스·태산LCD·한솔테크닉스는 201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불황에 휘말려 급속도로 무너졌다. 디에스는 상장폐지가 됐고, 태산LCD는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분기에는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 덕분에 TV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좋아질 전망이고, 반도체도 수요가 꾸준하다"며 "스마트폰도 갤럭시S5 판매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 신제품들이 출시되면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위기론을 부인했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한쪽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한번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주변 기업·산업 생태계도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우선 작은 산업이라도 새롭게 육성해나가면서 성장동력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