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바닥나면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람의 소변을 연료 삼아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 장시간 우주여행을 대비해 소변을 재활용해 식수와 전기를 동시에 얻는 기술도 개발됐다. 국내에서는 소변으로 전지에 쓸 촉매를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소변이 에너지로의 화려한 변신을 시작한 것이다.

소변으로 작동한 삼성 스마트폰

70억의 인류가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은 무려 105억L에 이른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4200개를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이오아니스 이에로풀로스(Ieropoulos) 교수는 소변이 전기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10억의 인구에게 빛을 안겨줄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주목한 것은 미생물 연료전지. 미생물이 폐수에 들어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전자를 이용하는 전지다. 전자의 흐름이 곧 전류이다.

소변은 98%가 물이고 2%는 탄소와 질소, 수소, 산소로 이뤄진 유기물인 요소(尿素)이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소변을 연료로 하는 미생물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지난해 연구진은 이 전지로 삼성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전류가 많이 필요한 통화는 어려웠지만,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소변을 이용한 스마트폰 충전 장치의 시제품은 현재 가격이 수십만원대이다. 연구진은 2년 내 저개발국가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지용 탄소 촉매도 만들어

유종성 고려대 교수(신소재화학)는 지난 9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지에 소변을 이용한 수소연료전지 촉매를 발표했다. 수소연료전지는 말 그대로 연료로 수소를 쓰는 전지다. 음극에서는 수소가 산화하면서 전자를 내놓고, 양극에서는 산소와 수소, 전자가 만나 물이 된다.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자동차가 바로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다.

연료전지에는 산화·환원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고가의 백금을 촉매로 썼다. 유 교수는 소변에서 얻은 탄소로 저렴한 촉매를 만들었다. 먼저 소변을 1000도까지 가열했다. 물은 증발하고 요소가 탄 재가 남았다. 재의 주성분은 탄소이고 그 표면에 미량의 질소·인·황 등이 붙어 있다. 이 미량의 원소 덕분에 탄소 주변으로 전자들이 모인다. 이 작용을 통해 탄소는 산화·환원 반응을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탄소 촉매의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 산성 용액으로 재 표면에 박혀 있는 소금을 제거했다. 소금이 빠지자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구멍이 많은 물질은 표면적이 넓어 화학반응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실험 결과 한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소변으로 0.4~0.8g의 촉매용 탄소를 얻었다. 유 교수는 "소변에서 촉매용 탄소를 만들면 연료전지의 가격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며 "탄소에서 뗀 소금은 겨울에 결빙(結氷) 방지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인의 식수와 전기 문제도 해결

화성 탐사처럼 몇년씩 걸리는 장거리 우주여행에도 소변이 귀중한 자원이 된다. 장거리 여행을 갈 때는 가능한 한 짐을 단출하게 싸야 한다. 우주여행은 더 그렇다. 우주선에 1㎏의 짐을 싣는 데 3만3000달러나 든다. 우주선에 몇 년 동안 쓸 물을 다 실으려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이런 문제로 우주인이 배설한 소변을 정화해 식수로 재활용한다. 현재 재활용률은 75%다.

지난 4월 푸에르토리코대 에두아르도 니콜라우(Nicolau) 교수는 우주인의 소변을 정화하면서 전기도 얻는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소변에서 물과 요소를 분리했다. 요소는 다시 분해효소가 들어 있는 장치로 보냈다. 그러자 요소의 86%가 그보다 분자량이 작은 암모니아로 바뀌었다. 암모니아를 연료전지에 넣으면 전자가 나오고 질소와 물로 분리된다. 질소는 비료로 쓸 수 있다. 소변이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