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TV·커피머신 등 인기 공산품 5종을 유통 채널별로 가격을 비교해 보니 고가(高價) 제품일수록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일명 '해외직구')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이 팔린 '55인치 풀HD TV'는 온라인 장터 옥션에서 구매하면 183만4800원이었지만 미국 아마존닷컴과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하면 147만7800원에 살 수 있었다. 배송비·관세·부가세까지 모두 합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약 20% 정도 저렴한 셈이다. 하지만 10만원 안팎의 제품은 가격에 큰 차이가 없고 국내가 더 싸기도 했다. 해외직구는 배송이 오래 걸리고 교환·환불이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비싼 제품일수록 해외 직접 구매가 저렴

가격 비교는 롯데백화점, 이마트, 옥션과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내의 경우 특별 할인 이벤트·쿠폰 등을 모두 적용했고, 해외 구매 상품도 관세·배송비·부가세 등을 모두 포함한 총구매가격으로 계산했다.

최근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네스프레소 픽시 에스프레소 머신'은 아마존닷컴 가격이 21만58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옥션과는 1만원 정도 차이였으나 백화점 가격보다는 8만원 이상 저렴했다. 반면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키 프리 5.0' 운동화는 해외직구보다 이마트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했다. 이마트 가격은 9만9000원으로 옥션·아마존보다 약 1만원이, 백화점보다는 4만원 더 저렴했다.

그래픽=김현지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가의 공산품으로 갈수록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사는 것이 훨씬 저렴했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65인치 UHD(초고화질) TV는 아마존닷컴 가격이 옥션보다 30만원가량 저렴했다. 이 제품은 수입 관세만 40만원이 넘게 붙는데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더 쌌다. 롯데백화점은 월드컵 특별 프로모션으로 가격을 80만원 낮췄는데도 백화점 매장의 특성상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대량 구매로 단가 낮춰

해외직구 가격이 싼 이유는 우선 시장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산품은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판매가격이 내려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TV다. 미국 인구는 3억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삼성 TV를 중국에서 사는 것이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편이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량으로 물건을 사가는 유통업자에게는 더 싼 가격에 공급할 수밖에 없다"며 "전자제품을 한국에서 100원에 판매한다면 미국은 85원, 중국은 80원 정도에 판매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환율이 급속도로 떨어진 현상(원화 가치 절상) 탓도 크다. 18일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023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같은 100달러짜리 제품을 사더라도 올 1월 10만5500원(1달러에 1055원)이던 것이 이제는 10만2300원으로 3000원가량 저렴해진 것. 100만원 이상 고가 물품을 구매할 땐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배송 늦고 교환·환불·AS 어려워

해외직구가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배송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길다.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사면 국내로 배송될 때까지 약 10일 정도 걸린다. 배송대행업체를 통해야 하는 것도 번거롭다. 아마존닷컴은 해외 배송을 안 하는 제품이 많고, 일부 해외 배송이 가능한 경우도 판매가나 배송비가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해외직구족은 대부분 '몰테일' 같은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살 때 몰테일의 미국 주소를 써넣고 결제하면 몰테일에서 수수료를 받고 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와 달리 온라인 쇼핑은 실제 물건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구매를 하게 된다. 만약 해외직구를 통해 배송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하기가 어렵다.

또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물품은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전자제품은 북미 시장용과 국내용 규격이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에 고장이 나면 국내에서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수리가 안 될 수도 있다. 해외 사이트를 헤매다 간신히 싼 제품을 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의미다. 직장인 김정수(45)씨는 "미국 쇼핑몰에서 한국 TV를 싸게 샀는데, 고장이 나서 국내 수리센터에 가져갔더니 부품이 없어서 고치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보증 기간도 다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구매하면 부품은 1년, TV 패널은 2년까지 무상으로 수리해준다. 하지만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은 부품과 패널 모두 무상 수리 기간이 1년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