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청은 해운대 해변·요트 경기장·종합전시장 BEXCO 등 구내에 있는 다양한 관광 시설을 안내하는 영문 웹사이트(eng.haeundae.go.kr)를 운영하고 있다. 추천 식당부터 관광 코스, 심지어는 무료 무선인터넷(WiFi) 접속 지역까지 안내한다. 하지만 이 웹사이트를 찾아보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서 '해운대 관광(Haeundae tour)'을 아무리 검색해도 이 웹사이트가 담고 있는 내용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 문화재청이 만든 경복궁 공식 웹사이트(royalpalace.go.kr) 역시 외국인을 위한 영어 페이지가 있다. 궁궐 관람 안내에서부터 시작해, 경복궁을 만드는 데 든 비용, 경복궁과 중국 자금성과의 비교 등 정보를 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들은 문화재청이 만든 경복궁 공식 사이트 내용을 거의 찾아보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위)미국 야후에서 해운대 관광(haeundae tour)을 검색한 모습. 해운대구청의 영문 웹사이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아래)미국 구글에서 경복궁 관광(gyeongbokgung palace tour)을 검색한 모습. 위치를 바탕으로 경복궁 웹사이트가 나오지만, 한국어 페이지로 연결돼 외국인이 쓰기 어렵다.

한국의 주요 기관 웹사이트들이 인터넷 세계에서 사용자들로부터 고립된 외딴 섬이 되고 있다. 한국을 홍보하거나 외국인들에게 관광 정보를 주기 위해 만든 웹사이트가 정작 글로벌 인터넷 사용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웹사이트가 구글·네이버·야후·빙 등 국내외 검색 엔진의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자가 웹사이트 주소를 정확하게 치고 직접 접속해 들어가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는 웹사이트의 정확한 주소를 알지 못한다. 네이버·구글 등 검색 사이트에서 '해운대 관광' '한국 궁궐 관광'과 같은 핵심적인 키워드로 관련 정보를 찾는다. 이런 상황에서 검색을 차단해 놓는 것은 사실상 홍보를 포기하는 셈이다. 정보를 알리겠다고 돈을 들여 만들어 놓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정보를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검색은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검색 허용하면 해킹당한다는 착각

한국 웹사이트의 검색 차단 실태는 고급 지식 전파를 위한 상급 교육기관인 대학교 웹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 본사 검색팀이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4개국 100대 대학 웹사이트의 검색 허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내는 18개 학교가 검색을 완전 차단하고 있었다. 미·중·일 대학은 단 한 곳도 완전히 검색을 막은 곳이 없었다.

이들이 웹사이트가 검색을 차단한 이유는 "검색 엔진의 접근을 허용하면 해킹 위협이 높아진다"는 잘못된 선입견 탓이다. 이런 오해가 퍼진 데에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과거 개인 정보가 검색을 통해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공공기관 웹사이트들이 보안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는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 기관과 산하 단체에 공문을 보내 웹사이트의 검색을 모두 차단하도록 했다. 해킹과 아무런 상관없는 검색 엔진을 해킹 원인으로 지목해, 정보 접근만 막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색을 차단한다고 해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라고 말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검색 차단은 '여기는 사유지니 들어오지 말라'고 표시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악성 해커는 도둑인데 그런 표시 한다고 안 들어오겠느냐"고 했다. 해킹을 막겠다고 내린 조치가 실제로 보안 강화에는 전혀 도움을 못 주면서 정보 유통만 막는다는 지적이다.

검색 차단으로 홍보 기회만 날려

정부의 검색 차단 방침이 날린 홍보 기회는 수도 없이 많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홍보에 정부는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글로벌 홍보를 위해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국어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정작 검색을 차단해 대다수 외국인은 이 사이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를 준비한 정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려야 할 독도 홍보 웹사이트(dokdo.go.kr)조차 수년간 검색을 차단하고 있었다.

정부 역시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문제 수정에 나섰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7월 중앙부처·지자체·교육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검색 엔진에 전체를 개방하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법령이 정한 정보를 빼고는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해운대나 문화재청처럼 많은 웹사이트가 아직도 검색을 막고 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전면적인 검색 차단은 한국 웹사이트 책임자들이 인터넷과 검색에 대해 무관심해 일어나는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보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