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財 북리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더숲|236쪽|1만4000원

자본론은 논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해석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읽는 이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그랬던 자본론이지만, '피케티 열풍'이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오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경제학계를 강타하고 있으며, 이는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소소하게나마(?) 자본론을 논한 책이 하나 더 있다. 21세기 자본론보다 먼저 한국땅을 밟은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다. 그리고 이 책 또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다고 한다.

이 책은 온갖 수치와 이론, 자료로 중무장하고 자본론을 논하는 21세기 자본론과는 전혀 다르다. 다소 어이 없게도, 빵을 소재로 자본론을 논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만큼은 피케티 이상이다.

저자는 원래 시골에 사는 농부를 꿈꿔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했는데, 농사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생각에 벅찼던 것도 잠시, 사실은 원산지 허위표기 등으로 회사가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염증이 났고 결국에는 회사를 관뒀다.

그는 이후 빵집을 차렸다. 그의 빵집은 자본주의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카야마역에서 전철로 두시간 넘게 걸리는 산속에 위치해 있고, 일주일에 사흘은 문을 열지 않는다. 매년 한달은 장기 휴가를 떠난다. 고객들은 그 빵집을 '이상한 빵집'이라고 부른다. 그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빵을 구우며 '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와 균은 똑같은 처지임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봐야 노동자의 근로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결국에는 경영자만 돈을 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인데, 균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균을 통해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이스트처럼 인공배양된 균은 원래 부패해야 하는 물질마저 억지로 음식으로 바꾼다"고 말한다. 혹사 당하는 노동자와 균이 같은 입장이라는 얘기다.

결국 저자가 꿈꾸는 것은 '부패하는 경제'다. 돈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부패하기는커녕 오히려 투자를 통해 이윤을 낸다. 돈이라는 것은 무한히 확장되기만 한다. 돈이 돈을 벌고, 노동자는 소외된다. 언뜻 느끼기에 피케티와 같은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는 부패하는 경제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일단 그는 낡은 저택에 붙어 사는 천연균을 활용해 빵을 만든다. 그런 방식을 전체 자본주의 시스템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사실 필자도 그런 식의 반(反) 자본주의를 꿈꾼다. 책의 프롤로그도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는 레닌의 말을 옮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거창한 기대를 품고 책을 읽으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책은 "이 책은 혹시 제빵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빵 얘기를 주로 하기 때문이다(주력 빵을 만들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전하는데 엄청난 분량을 할애한다).

그리고 또 하나. 저자가 만든 빵은 다른 빵집의 빵보다 비싸게 팔린다. 친환경적이고 몸에 좋은 빵이라는 이유로 고객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빵을 사는 것이다. 그의 고백대로, 그의 빵집 역시 어차피 자본주의의 시스템 안에 머물러 있다. 저자 또한 빵을 통해 자본주의와 싸우는 투사는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