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장가갈 때 부모님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수원사업장 주변에서 대부분 부장들이 자취를 하기 때문에 퇴근 후 무조건 맥주를 마시러 가야 한다.'

국내 기업 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 직원의 글이다. 미국의 기업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를 본떠 만든 이 사이트는 오픈한 지 두 달 만에 이용자 수가 137만명을 넘었다. 국내외 기업의 전·현직 직원들이 자신이 다녔거나 다니는 기업에 대해 장단점, 경영진에 바라는 점 등을 익명으로 올리기 때문에 솔직하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하지만 게시자의 회사 이메일을 통해 근무 여부를 정확히 인증하는 글래스도어보다는 인증 절차가 간단해 평가자의 신원이나 글의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잡플래닛은 허위 기재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근무 기간을 정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가짜로 의심이 가는 글에 대한 신고 기능도 두기는 했다. 이곳에 올라온 평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대표 기업들의 문화를 분석했다.

국내 주요 기업 직원들, "복지는 안정됐지만 군대 문화 심해"

국내 주요 기업 직원들은 대부분 "안정된 복지와 높은 연봉은 만족하지만,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불만"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경영진에 바라는 점으로 "(야근이 많아) 버스 막차도 타본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제일모직은 "자율출근제, 원한다면 다양한 부서 근무 가능"은 장점이지만 "최고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매번 회사 전체 전략이 통째로 흔들거리는 것"은 단점으로 꼽혔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는다" "아직 남아 있는 인간적인 분위기" "다른 대기업에 비해 야근·주말 출근 거의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남성 중심의 군대식 문화"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평가제도" "차에 대해 관심 적은 사람도 많음"을 단점으로 적었다.

LG전자 직원들은 장점으로 "사람들끼리의 문화"를 꼽은 반면 단점으로는 "위에서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안 팔릴 상품 만드는 거는 중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LG화학은 "연·월차를 사용하는 데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장점과 "(사업장 위치가) 도심과 멀어 취미 활동이 어렵다"는 단점을 꼽았다.

포스코 직원들은 "포항스틸러스 축구 티켓이 자주 나오는 것은 장점"이라고 적었다. 반면 "대부분 근무지가 포항 또는 광양인 것은 단점"이라고 적었다. 최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장점으로는 "삼성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이며, 경쟁도 그다지 세지 않다"고 꼽은 반면 단점으로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보직자들"이라고 적었다.

◇IT·외국계 기업 "자유로운 문화는 좋지만, 성장 가능성은 별로"

외국계 기업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 문화는 장점이지만 한국 지사 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작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장점으로 "자유로운 근무시간과 수평적인 관계, 자발적인 업무 환경 등의 분위기가 잘 갖춰져 있다"고 적었다. 단점으로 "한국 시장의 한계로 한국 오피스 내에서 크게 성장하기 어렵고, 영어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적었다. 구글코리아는 복지, 경력과 발전, 경영진 등 잡플래닛 부문별 평가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장점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타사에 비해 높다. 꾸준히 이직 제안이 들어온다" "회사 건물도 좋고 시설이 훌륭하다"는 점을 꼽았다. 직원들은 그러나 "창업주가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는 분이면 그런 회사로 가라'고 말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강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