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시계·밴드 등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스마트 기기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기능으로 헬스케어(건강 관리)가 떠올랐다. 심박측정·운동량 관리 등 신체 현상을 24시간 관찰하고 통계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의사들이 장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환자를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착용 부위도 손목 위주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로 넓혀가고 있다.

액센추어필립스구글의 스마트안경 '구글글라스'를 이용해 환자의 체온·맥박·호흡·혈압 등을 체크하면서 수술하는 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환자의 신체 현상을 체크하는 각종 의료기기가 모두 구글글라스와 연결돼 의사가 "오케이 글라스"라는 말과 함께 필요한 정보를 물으면 체온과 혈압, 수술 중 알아야 할 알레르기 반응 내역 등이 안경 화면에 표시됐다. 수술 중 환자에게 이상(異常) 반응이 생기면 집도의가 낀 구글글라스 위에 경고 사인이 뜬다. 구글은 당뇨 환자들이 눈에 착용하면 체내 포도당 비율을 분석해 혈당 수치를 알려주는 '콘택트렌즈'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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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환자나 치매 노인을 위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스탬프 슈즈'란 제품은 신발에 GPS(위성항법장치) 기능을 내장, 착용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거나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즉시 연락이 간다. 길을 잃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50%가 24시간 이내에 발견되지 못하면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현실에서 사고 방지에 유용할 전망이다.

유아용품 업체 하기스는 아기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아이가 소변을 배출하면 부모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재는 기저귀의 습도를 체크해 부모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있고, 여기에 소변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는 센서 기술을 추가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기의 발목에 센서를 부착해 심박 수와 혈압을 체크하고 아이들이 민감한 실내 온도에 이상이 생기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스프라우틀링(Sproutling)'이란 제품도 등장했다. 출생과 동시에 착용형 건강관리 기기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안경·시계·팔찌처럼 몸에 걸치는 형태에서 패치(patch)처럼 피부 부착형(attachable)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신체에 이식하거나 복용하는(eatable)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커 문신처럼 피부에 붙여두고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얇은 센서인 '스마트 스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 3월 네이처에 게재된 파킨슨병(病) 치료 패치의 경우 환자의 손발 떨림이 심해지면 패치 내 히터의 온도가 높아져 약물 투여량이 늘어나는 식으로 작동한다.

ABI리서치는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주요 성장 영역은 운동 및 건강관리·의료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지난 2일 건강관리 전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건강관리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8일 이와 비슷한 '삼성 디지털헬스' 서비스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