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리(Kevin Lee) 명지대 토론지도 석사과정 교수

긴 지문을 읽고, (1) 쟁점이 무엇이었는지, (2) 핵심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서술해보자.

"여보, 여름방학도 다가오는데 휴가 계획을 세워야하지 않을까?"
"휴가는 무슨 휴가?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텐데 방학이면 공부해야지."
"고등학생이 되면 아예 여름 휴가는 이야기도 못꺼낼거야. 이번 기회에 다녀오자."
"최근 아이들 성적 떨어지는 것, 안봤어? 이번 방학에 끌어올려야해."
"공부도 좀 쉬면서 해야하지 않을까? 잠시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 더 공부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휴...무슨 휴가 아이디어 있어?"
"우리도 해외 여행을 한번 가보면 어떨까?"
"어이구. 당신 내가 쓰는 가계부를 한번 들여다봐. 가뜩이나 요즘 경기가 나빠 매달 생활비 버는 것도 힘든데...해외여행?"
"이제 우리 아이들도 중학생이잖아. 세상을 알만큼 안다고. 이럴 때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 시야가 넓어지지 않을까? 작은 아이도 지난 번에 슬쩍 지나가는 말로 해외여행 한번 갔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다 좋은데...돈이 어디 있냐고? 그냥 펜션같은데 빌려서 2~3일 쉬다가 오자."
"펜션이 싼 것같아도 성수기에 빌리면 그것도 상당한 부담이야. 또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먹고 하면 그 돈도 상당하다고. 잘 찾으면 오히려 해외여행이 더 저렴할 수 있어."
"휴...그래도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내 생각에는 지금 사정에서는 불가능할 것같은데."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잖아. 우선 카드로 결제하고, 최대한 길게 할부로 하자. 그리고 열심히 벌면 되지, 뭐."
"과연 이렇게 무리하는 것이 맞나? 나는 회의적인데..."
"여보, 우리가 아이들이랑 얼마나 함께 하겠어? 이제 10년이면 다들 커서 우리랑 헤어져서 산다고. 그때가 되면 많이 후회할꺼야. '아이들 어릴 때 좀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놓을 걸'하면서 말이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이번에 색다른 여행을 하면, 좀더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고, 또 기분전환도 잘 되어 공부도 열심히 할거야."
"할 말이 없네... 당신이 책임져."

부부는 다가오는 여름방학 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니까 주제는 '여름방학 계획, 어떻게 짤 것인가'이다. 이 주제로 이루어진 대화에서 쟁점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여름방학을 보내는 방법 : 열심히 공부해야한다 vs. 가족 여행을 떠나자.
(2) 가족 여행의 방법 : 펜션이 좋다 vs.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3) 가족 해외여행비 마련 방법 : 불가능하다 vs 카드 할부로 만들어보자.

부부는 최종적으로 가족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쟁점은? 그것은 '아이들이 중학생인 지금, 가족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평생의 귀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오늘 말하는 비즈니스 디베이트의 정리발언은 바로 이상과 같은 정리 능력을 확인하고 훈련하는 순서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조발언 - 교차조사 - 반박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디베이트의 순서를 살펴봤다. 그 다음을 잇는 순서는 이다. 그런데, 이는 '청중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순서'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본질적으로 교차조사와 같다. 즉,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이야기에 대해 서로 확인하고 질문하는 순서가 된다. 이번 회에서는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는다. 기조발언 - 교차조사 - 반박 - 전원질의응답에 이어지는 다음 순서는 이다. 정리발언은 디베이트의 마지막 순서이다.

우리가 회의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진행한 회의 혹은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정리해하는 것이다. 정리는 판단과 결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를 구별해내는 것이다. 토론식으로 말하자면 '요약과 마지막 초점을 정리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디베이트 참가자들은 이 순서를 가장 힘들어 한다. 외국어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또 현장에서 분명히 회의 내용 혹은 토론 내용을 들었는데도 막상 이를 정리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예를 들어, 이 글의 앞에서 낸 문제 지문을 읽고 이를 정리해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의 답은 이런 식이다.

"부부가 여름 방학 휴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은데요."
"돈 문제가 제일 컸던 것 같은데요."
"결국에는 해외여행가자고 하는 이야기 아니었나요."

이 정도는 회의나 토론 석상에서 개인이 받은 인상(Impression)을 말하는 수준이다. 비싼 돈 들여 회의하고 토론했는데, 그 결과가 이런 식이라면 조직내 소통은 암울해지고, 회사의 경쟁력 향상이란 과제는 요원할 것이다. 사실 직장 회의는 이런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초중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주로 '다음 4개의 답안 중 정답을 찾아라'는 요구만 받았지, '주어진 컨텐트의 쟁점과 핵심쟁점을 구별하라'는 요구는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의 문제 지문을 읽고, 이렇게 정리해낸다면 어떨까?

"지금 중학생 자녀들 둔 부부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번째 쟁점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문제였다. 여름방학을 공부에 매진하는 기회로 삼자는 아내의 말과, 방학을 이용 가족 여행을 떠나자는 남편의 말이 부딪혔다. 두번째 쟁점은 가족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는 문제였다. 비용 문제를 감안해서 펜션 여행을 하자는 아내의 말과 해외여행을 한번 떠나보자는 남편의 말이 충돌했다. 세번째 쟁점은, 그렇다면 가족 해외여행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라는 쟁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고 생각하는 아내의 의견과 카드 할부를 통해서라도 마련하자는 남편의 의견이 대립되었다. 이들 부부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핵심 쟁점을 으로 판단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가족 해외여행을 가자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부부의 대화보다 오히려 사안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지 않은가. 비즈니스 디베이트의 마지막 순서인 은 그동안 진행된 회의 혹은 토론의 내용을 입체적으로, 쟁점을 중심으로 정리해내고, 이 문제의 판단과 결정에 필요한 핵심쟁점을 구별해내는 것이 목표다.

어떤 회의나 토론이 잘 되려면 좋은 사회자를 구해야한다. 능력있는 사회자는 회의나 토론 중간중간에 지금 진행되는 이야기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후 회의나 토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렇게 하면 회의나 토론이 빨리 끝나고, 생산적인 결론을 내며, 참가자들이 후련해한다. 반대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자가 회의나 토론을 이끌면, 그 배는 산으로 간다. 이야기는 한도끝도 없이 길어지고, 결론은 모호하며, 참가자들은 속으로 불만을 삼키며 헤어진다. 이때 능력있는 사회자가 갖고 있는 능력이 바로 에서 요구하는 능력이다. 즉, 진행되고 있는 회의나 토론을 쟁점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설명해내며, 판단과 결정을 위한 핵심쟁점을 구별해낸다.

만약 이를 자유자재로 해내는 직원들이 회사에 많다면, 회사의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정확할 것이다. 이런 직원들은 회의 혹은 토론 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을 잽싸게 쟁점을 중심으로 간추려내고 그 핵심 포인트를 잘 찾아낼 것이다. 이런 직원들은 우리는 '눈썰미가 좋은 직원''머리 회전이 빠른 직원''일의 맥을 잘 ?는 직원'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답답한 직원' '멍한 직원'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직원'이라고 부를 것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 디베이트의 각 순서를 설명했다. 다음 회에는 비즈니스 디베이트 형식 전체를 리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