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 시장은 지난 4일 열린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를 63만표차로 제치고 서울 시장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 참사'라는 돌발 변수 때문에 박 시장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박 시장은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제쳤다.

박 시장의 재선은 유리한 정세 뿐만 아니라 박 캠프의 노련한 선거 운동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캠프는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증강현실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두루 활용해 정몽준 캠프를 압도했다.

'원순씨' 게시물 댓글 2배 많아

지난달 29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드라마 '정도전' 갤러리에 '원순씨'라는 이용자가 한 게시물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이 친필로 쓴 '섬기는 시장 되겠습니다, 사전투표, 함께 하시우다!!! 여러분의 곁을 지키는 박원순'이란 글이 적힌 게시물이었다. '하시우다'는 드라마 '정도전'에 나오는 말투로 '합시다'는 뜻이다. 이 게시물은 삽시간에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퍼졌다.

박원순 선거캠프에서 디씨인사이드 정도전갤러리에 올린 글

이 글을 올린 ‘원순씨'는 박원순 선거캠프 소속의 자원봉사자로 밝혀졌다. 박원순 캠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뽐뿌’, ‘82쿡', ‘클리앙' 등 여러 사이트에 비슷한 내용의 투표 독려 게시물을 올렸다.

또 29일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박원순 후보의 인증 게시글 역시 하루 만에 1000건 이상의 추천을 기록하며 인기 글로 등극했다. 보통 다른 인기글들이 300~400건의 추천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많았다. 사이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박 후보 캠프가 올린 인증 게시물들은 다른 게시물보다 평균 4~5배 많은 댓글이 달렸다. 추천 수도 2~3배 정도 많았다.

’원순씨를 찾아라' 사이트 화면. 박원순 후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증강현실 앱까지 도입

박원순 후보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했다. 여기서 얻어진 정보는 '원순씨를 찾아라(http://www.findwonsoonc.net/#/)'사이트에 기록됐고, 매일매일 박원순 후보의 블로그에 포스팅됐다.

'원순씨를 찾아라'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박원순 후보가 하루동안 움직인 경로, 도보로 이동한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다.

박원순 선거캠프의 김현성 디지털미디어 팀장은 "웨어러블 기기 덕분에 박 후보가 유세차량 없이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었다"며 "누리꾼들에게 참신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마트선거' 어플리케이션 실행화면.

박 캠프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선거’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증강현실 기술은 현실세계에 3차원 그래픽 등 각종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 스마트선거 앱을 실행시키고 카메라 부분에 천원짜리 지폐를 갖다 대면 박원순 홍보영상을 자동으로 틀어준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천원 지폐를 동영상을 재생하라는 신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선거 캠프는 천원짜리 지폐를 마커(인식 신호)로 삼아 박원순 시장의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유권자 참여형 콘텐츠도 적극 활용

박원순 후보는 이달 1~ 2일 사이 약 30건이 넘는 트윗을 올리는 등 SNS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이달 들어 단 한 건의 트윗도 올리지 않았다. 페이스북 역시 박 후보가 정 후보보다 더 많은 게시물을 올렸다.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은 박 후보의 선거 벽보가 박 후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스스로 포스터를 만들어서 배포해주기도 했다. 김 팀장은 “이번에 개발된 앱도 박원순 선거캠프에서 만든 앱은 별로 없다”며 “대부분의 ‘원순슈머'라고 하는 박원순의 프로슈머(참여형 소비자) 그룹이 만들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