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전세금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봄 이사 철이 끝나면서 지난달 서울과 경기도 주택 전세 시세가 201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변동률 0%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멈췄다. 특히 그동안 전세금 상승세를 주도하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방도 오름 폭이 줄어든 모습이다.

더욱이 신규 아파트 입주량이 이달 들어 크게 늘면서 세입자들의 전셋집 구하기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달 입주 물량이 올해 중 가장 많은 데다 이사 비수기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전세 시장은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에는 물량이 다소 줄어드는 만큼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서둘러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마포에 전세 물량 '풍성'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라면 6~8월에 입주하는 대단지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대규모 단지는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은 어딜까.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강서(6892가구)·마포구(5407가구)와 경기 시흥(5008가구)·하남시(3889가구)에서 신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1557가구)·서초구(1329가구)와 경기 구리(1940가구)·수원(1908가구)·파주시(1880가구)도 입주 물량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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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강서구에서는 이번 달 입주를 시작하는 마곡지구 1~7단지(4289가구)와 초대형 재건축 아파트인 '강서 힐스테이트'(2603가구) 등 새 아파트 6000여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변에서는 이미 큰 폭의 전세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서구 B부동산공인 사장은 "올해 초 3억5000만원이었던 아파트(전용 84㎡) 전세금이 최근 3억1000만원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마포구에서는 재개발 단지가 잇따라 입주한다. 삼성물산이 용강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마포리버웰' 563가구가 다음 달 준공된다. '아현 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와 '래미안 밤섬리베뉴 1·2차'(959가구)도 주인을 맞는다. 강남·서초구에서도 약 3000가구가 입주에 들어간다. 다만 아파트 대부분이 입주 의무 기간이 있는 보금자리주택이어서 전셋집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밖에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김포에서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아파트 1711가구(전용 68~84㎡)가 이달 중순 준공될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7~8월 세종시에서만 신규 입주 아파트 4866가구가 쏟아지면서 전세 시장이 다시 한 번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분양계약서·전입신고 꼼꼼히 챙겨야

올가을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라면 이달부터 전셋집 찾기에 나서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이번 달 전국의 신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입주 물량은 총 2만7326가구(42개 단지)로 올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 5월(2만1789가구)보다는 25% 증가한 규모.

하지만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전세 시장이 하반기 들어 재건축 단지의 이주·철거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소 들썩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둔 수도권 아파트의 30% 정도가 계약자가 입주 초기에 의무적으로 살아야 하는 공공 분양 단지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전세 수요자가 향후 주택 경기 회복과 함께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지 여부도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 아파트의 경우 준공 전에는 등기부등본이 없는 만큼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분양계약서와 실제 소유주가 일치하는지, 분양권에 가압류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새로 지은 아파트는 등기가 안 난 상태라도 사용 승인이나 준공 검사를 마쳤다면 전입신고를 해야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