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지난 3월부터 신라면 분말 수프의 나트륨 함유량을 7.3% 줄였다. 한 봉지에 1930㎎(밀리그램은 1000분의 1g)이 들어 있던 나트륨이 1790㎎으로 줄었다. 연간 국내에서 8억개가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 112t의 나트륨을 덜 쓰게 되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멸치 등 다른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소비자들이 맛의 변화는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2015년까지 신라면의 나트륨 함유량을 1500㎎까지 줄일 계획이다.

식품업계에 '나트륨 다이어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짠맛 중독'에서 벗어나려 덜 짜고 싱거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 함유량을 줄인 천일염, 간장·된장이 새로 출시돼 대형 마트 매대(賣臺)를 점령하고 있다. 김치 제조업체들은 '저염(低鹽) 김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형 마트 천일염·저염 간장 매출 두 자릿수 성장

샘표식품은 신안 천일염을 사용해 미네랄 성분을 높인 '맛있는 저염 간장'을 최근 출시했다. 일반 간장보다 염도를 25% 낮춘 제품이다. 신송식품의 '저염 양조간장' '짠맛을 줄인 재래된장·쌈장'도 반응이 좋다.

대형 마트의 천일염 판매도 부쩍 늘었다. 일반 정제 소금의 나트륨 함량은 98% 수준이지만 천일염은 80~85% 정도이다.

롯데마트의 지난 1~5월 천일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3% 폭증했다. 한병문 이사는 "장류의 염도를 줄이면 특유의 구수한 맛과 감칠맛이 살아나고 미각이 회복돼 음식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현재 자체 브랜드 제품 등 4개인 천일염 상품을 1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맛소금 대신 간장을 바르거나 첨가해 염도를 40~80% 낮춘 구이김과 김자반도 매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마트는 최근 6개월 동안 짠맛을 줄인 고추장·된장·쌈장을 30만개 넘게 팔았다. 윤진석 장류 바이어는 "저염 간장 매출은 작년 20.9%, 올해 들어 40.1% 등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젓갈류의 매출은 15% 안팎 줄었지만 나트륨 함량을 20~30%가량 줄인 저염 명란의 매출은 5% 정도 늘었다.

최근 김치업계의 화두(話頭)도 '짠맛 줄이기'다. 아워홈은 절임부터 앙념까지 염도를 40% 낮춘 물로 담근 '손수 담은 아삭 김치'를 출시했다. '벽제갈비'로 유명한 벽제외식산업개발의 '프리마 김치'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염도가 기존 김치의 20% 정도다. CJ프레시웨어·동원홈푸드 등 급식업체들도 저염식 메뉴를 내놓았다.

'짜지 않은 듯한 짠맛' 내는 게 핵심

식품업계에서는 한층 예민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고심 중이다. 건강을 고려해 덜 짜고 맛과 향이 부드러운 소금, 장류, 김치, 젓갈류를 찾는 일반 소비자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짠맛 테스트나 나트륨 선호도를 조사하는 지자체나 기업체도 많아졌다.

한 장류(醬類)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장류의 맛만 따졌다면 요즘 소비자들은 염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꼼꼼히 따진다"면서 "염도를 줄이면서도 장류 특유의 깊은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갑자기 염도를 낮추면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서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익숙한 맛의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트륨 저감화 사업을 추진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황진희 연구관은 "소비자들의 입맛은 작은 염도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며 "최근 라면 업체들은 다시마·소고기 등 수프 재료의 첨가 비율을 달리하며 나트륨이 줄어들면서 달라진 맛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