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유산이 됐으면 임신은 당분간 미뤄야 할까요?” 임신을 기다리는 진모(30)씨는 지난달 생리 예정일쯤에 자가 임신테스트를 했더니 두 줄이 나와 임신으로 믿었다. 다른 테스트기로 했을 때도 분명 임신이었다. 그런데 4일 뒤부터 생리가 시작됐고 평소보다 생리혈이 뭉쳐나와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는 임신이 아니고, 이런 경우 화학적 유산이라고 했다. 의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진씨는 큰 상실감을 느꼈고, 이후 임신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이다.

김문영 교수.

국내 임신 관련 커뮤니티에는 수백만명의 회원들이 하루 수천건의 글을 올리고 있다. 임신을 전후로 여성의 몸 곳곳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일일이 병·의원에 찾아가 묻기 어려우니 먼저 겪은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신생아를 출산한 산모는 약 47만3000명이며, 산모의 평균 연령은 31.6세였다.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이 21.5%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가운데 김문영 관동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임신부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물었다.

-여성의 몸이 남성의 정자에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나.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특정 남성의 정자를 항원으로 인식해 여성의 몸에서 항체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다른 남성과는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또한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엄마의 몸이 자신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통해 만들어진 배아를 공격해 유산되는 경우도 있다. 초산에 주로 나타나고 이후 거의 사라진다. 혈액 검사로 면역세포 수치를 확인해 약물로 공격을 예방할 수 있다."

-화학적 유산 뒤에 임신을 미뤄야 하나.
"임신 중절수술을 했다면 3개월간 여유를 두고 임신을 하지만 화학적 유산은 곧바로 임신을 준비하면 된다. 화학적 유산은 최근 임신테스트기가 보편화 되면서 알게 된 임신 5주 이전의 초기 유산이다.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성선자극호르몬(HCG)의 농도가 높아졌으나 초음파 검사로 자궁 내 아기집이 보이기 전에 최종 임신에 실패한 것이다. 예전에는 '이달에 생리가 좀 늦네' 하고 몰랐을 일을 알게 된 것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화학적 유산이 자꾸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통해 문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임신 초기 피 비침으로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임신 5주쯤이 되면, 수정란이 아기 침대와도 같은 자궁 내막을 파고 들면서 적은 양의 착상 출혈이 생긴다. 어딘가 부딪혀 생긴 멍 같은 건데, 피부에 덮여있지 않으니 혈액이 흡수되지 못하고 흘러 나오는 것이다. 착상혈이 없는 사람이 더 많으나 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때 임신 주수로는 5주차이지만 태아가 생긴 건 3주 정도다. 정확한 배란일과 수정된 날을 알기 어려워 마지막 생리 시작일부터 임신 1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생리가 끝나자마자 관계를 했는데 배란이 빨리돼 임신이 되기도 한다. 임신 기간도 10달이 아니라 280일, 약 9달 10일 정도다."

-입덧을 가라앉게 할 방법은 없나.
"안타깝게도 해결책이 없다. 어떤 임신부는 냄새를 못 맡기도 하고, 토하거나 먹지 못하고,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기 침 냄새를 못 참고 하루 종일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임신 중 식사를 못해 살이 너무 빠져서 50일 넘게 입원한 환자도 봤다.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 병원에서 전해질 수액과 포도당, 비타민B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입덧은 질병이 아닌데 환자는 매우 괴롭다. 전날 만취할 만큼 술을 많이 마신 뒤 다음날 오전까지 술이 안 깼을 때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빙빙 돌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김문영 제일병원 교수가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솔직히 태아의 성별은 언제부터 드러나나.
"의료법에 따라,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을 알려줄 수 없게 돼있다. 이후에도 알려주라는 법은 없다. 초음파로는 약 16주부터 구분이 가능하다. 임신부의 배 모양으로 태아 성별을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태몽이 더 맞을 정도다."

-임신 중 배가 너무 아픈데 출산 징조일까.
"진진통과 가진통을 감별하는 건 의대 시험에도 나온다. 진진통은 규칙적이고, 허리까지 아파오며, 없어지지 않는다. 가진통은 불규칙하고, 아랫배가 아프며, 있다가 사라진다. 예컨대 통증의 간격이 5~10분 간격으로 점점 짧아지고 세지면 병원에 가야 한다. 초산이 아닌 경산은 15분 간격만 되어도 더 빨리 병원을 찾는다. 자궁이 빠른 속도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진통이 오면 자궁경부가 점점 얇아지고 부드러워지면서 앞쪽으로 약간 개대되는 숙화가 일어난다. 단감에서 홍시가 되는 것처럼 숙화가 잘되면 자궁이 빨리 열린다. 이외 혈액이 살짝이라도 비쳤거나 양수가 터져도 곧장 병원으로 가야 한다. 양수가 터졌다는 건 아기와 세상 사이를 막아주던 보호막이 없어졌다는 것이므로, 절대 샤워하지 말고 곧장 큰 생리대를 하고 병원으로 간다."

-임신부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되도록 임신 전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 풍진·수두·거대세포바이러스 등에 항체가 있는지, 충치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항상 손을 깨끗이 하고 양치질을 잘 한다. 임신 초기에는 엽산, 중기부터는 철분을 잘 챙긴다. 나이들수록 자궁경부도 딱딱하고 골반도 잘 안 벌어진다. 게다가 요새는 임신부들이 잘 먹고 운동을 안 해서 태아가 3.5㎏ 이상으로 큰 경우가 많다. 마지막까지 체중 관리를 잘해서 3.2㎏ 이하로 출산하길 권한다. 식사 후 하루 30분씩 1~2번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고, 과일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