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A3 세단’은 소형차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아우디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차량이다. 그 동안 경쟁사인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소형차 중에서 주로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모델을 국내에서 출시했는데, 아우디는 세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일단 아우디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4월 기준으로 A3 세단은 383대를 판매했다. 판매 목표량(1000대)의 3분의 1은 달성한 셈이다.

◆ 깔끔한 외관과 실내

A3의 외관은 기존 아우디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렵한 전조등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차체 라인, 아우디 로고가 박힌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화를 이뤄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자동차의 지붕부터 후미등까지 떨어지는 라인은 흡사 쿠페(도어가 2개인 세단형 차량) 차량을 연상시킬 정도로 역동적이다.

아우디 A3 세단의 외관.

실내도 잘 정리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 상단에는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솟아 오르는 모니터가 있고, 그 아래로 둥그스름한 모양의 에어컨 송풍기가 가로 배열로 위치해있다. 통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MMI(Multi-media Interface)와 기어 주변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홀드 어시스트(언덕이나 평지 등에서 발을 떼도 차가 밀리지 않는 기능)를 배치해 운전자가 한결 쉽게 차량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아우디 A3 세단의 운전석·조수석과 센터페시아.

계기판 역시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좌우에 RPM(분당 엔진 회전 수)·엔진 온도계와 속도·연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둥근 창이 위치해있다. 이 사이에는 차량의 운행 모드, 연비, 외부 온도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경쾌한 주행 성능…운전자 맞춤형 주행 옵션까지

A3세단을 타고 파주 임진각과 인천국제공항 등 수도권 북서부 지역 약 300㎞ 구간을 달려봤다.

A3의 가장 큰 장점은 ‘운전의 재미’다. 경량 설계로 차의 무게를 줄이고, 2.0L급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TDI) 엔진을 쓴 덕분에 굼뜬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가볍고, 경쾌하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4초. 최고출력은 150마력, 가속력의 척도인 최대토크는 32.7kg·m의 힘을 발휘한다.

아우디 A3 세단의 계기판, 창문 조절 버튼, 팝업 디스플레이, 기어와 주변에 위치한 MMI 작동 버튼.(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속 100km를 넘어도 꾸준히 속도를 내줄만큼 가속력도 좋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으면 차량 최고 속도까지 큰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스펜션(차체 충격 흡수 장치) 역시 너무 단단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느낌이라 3시간 정도 연속으로 운전을 해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아우디의 콰트로(네바퀴 굴림식)가 아닌 앞바퀴 굴림 차량이지만, 굽은 길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시속 120㎞ 로 굽은 길을 돌며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봤지만, 차는 큰 무리 없이 움직였다. 다른 차량이 없는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핸들)을 좌우로 급하게 돌려도 차체는 제박자에 움직이며 제어가 잘 됐다.

A3 세단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주행 모드다. 콤포트(comfort)·자동(auto)·다이내믹(dynamic)·이피션시(efficiency)·개인맞춤형(individual) 모드를 선택해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주행할 수 있다. 서울 시내와 자유로에서 다섯가지 모드를 테스트해봤는데, 콤포트의 경우 주행이 부드러워지고, 진동이 줄어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이내믹 모드는 RPM이 치솟으며 엔진 소리가 커지고, 스티어링 휠도 무거워진다. 이피션시 모드는 시내 주행에 알맞다. 2000RPM대 이하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연료를 쓴다.

아우디 A3 세단의 스티어링 휠(운전대).

디젤 차량답게 연비도 L당 16.7km로 준수한 편이다. 다만 고속도로 주행과 시내 주행을 하며 차량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급출발·급정거를 많이한 탓에 실제 연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 뒷좌석 공간 좁고, 옵션 부족한건 아쉬워

차량 공간은 다소 좁은 것이 이 차의 흠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충분히 편하지만, 뒷 자리는 성인이 장시간 이용하기 불편하다. 쿠페 스타일로 차량이 설계돼 170㎝ 초반의 남성이 앉아도 머리가 지붕에 닿일 정도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빠진 점도 아쉽다. 특히 시중에서 내비게이션을 따로 구매하더라도 이를 설치할만한 공간이 애매하다. 후방카메라가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장애물이 가까이 다가오면 신호음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지만, 초보 운전자는 다소 힘겨울 수 있다.

엔진 소음과 진동도 꽤 있는 편이다. 시속 100㎞ 이상을 달리면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이 꽤 크게 들려오기 때문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불편할 수도 있다.

한편 아우디 A3 세단의 가격은 2.0 TDI 모델이 3750만원, TDI 다이내믹 모델이 4090만원이다.

아우디 A3 세단의 뒷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