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지음| 알투스|236쪽|1만4000원

구글은 SKY를 모른다. 구글이 한국 직원을 뽑을 때 소위 국내 명문대 출신인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SKY 출신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골러’라고 부른다. 경남 김해 ‘산골짝’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일찍이 IT에 관심을 두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구글의 첫 한국인 엔지니어가 된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부산대 전산학과를 졸업해 2003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의 한국어 검색 부문 등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런 책이 나오게 된 데는 한국의 뜨거운 ‘구글 사랑’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조사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꿈의 직장, 신의 직장 등의 표현으로 치장된다. 국내에서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앱을 팔아 번 수익으로만 따지자면 세계에서 2위다.

구글 면접에 대해 소개하는 단락이 가장 눈길을 끈다. “면접을 하는 약 다섯 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학교나 학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는다.” SKY 출신이 아닌 저자가 구글에 입사할 수 있었던 배경인 셈이다.

저자는 학력보다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파악하고 ‘미치도록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산골짝’ 출신도 구글의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현장감 있게 전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전 직원이 모이는 ‘TGIF’ 행사를 소개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는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구글이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는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구글이 어떤 의미 있는 하고 있는지 등에 이야기한다”고 적었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려는 구글의 경영 철학이 실제로 어떻게 펼쳐지는지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책은 저자 이외의 한국인 직원 5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풀어낸다. 모두 거창한 ‘스펙’ 없이 입사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세계 최고 명문 ‘사람대’ 출신 인혁, 직업반 고등학교 출신 열정파 동휘, 낭만파 드러머 출신 창현, 독학 프로그래머 출신 원구, 자칭 엄친아 출신 성철이”라고 소개한다.

이쯤되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더는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경쟁심 대신 자신의 꿈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이다.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낙오자로 평가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말이자, 스펙을 채용의 핵심 잣대로 보는 국내 기업들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