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희 청년회계사회 대표

“국내는 회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선 대우, SK글로벌, STX, 동양 분식회계 등 회계 분야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대표는 국내 회계감사 현실을 꼬집었다. 이 대표는 경영학과 교수,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 한국공인회계사회 임원 등과 함께 회계 관련 입법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왜곡된 감사현실을 성토한다. 이 대표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젊은 회계사들은 현실에서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회계사회는 온라인 공간에서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년회계사회 초기부터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청년회계사회가 폐쇄적으로 내부 불만을 성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에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지 1년이 됐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덤핑수주, 감사대상 기업의 ‘갑질’ 등 불만을 토로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다”며 “감사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각 정당과 국회의원에게 발송하며 외부감사 현실을 고발했다”고 기억했다. 청년회계사회의 지적은 외부감사인 지정제 관련 법안발의에도 반영됐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청년회계사회의 설립 취지는.
"현행 자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불투명한 회계 정보다. 정보가 곧 돈인 사회에서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초래한 정보불균형은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낳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유출의혹이 불거졌다. 청년회계사회는 기업 정보 중 가장 중요한 회계 정보의 공개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국내 감사제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자유수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업은 '갑'이고 감사인은 '을'이다. 회사가 원하는 대로 회계 정보가 나오는 일이 많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회계정보 조정은 기업활동의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탓에 회계 투명성은 훼손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일반 투자자가 지게 된다."

-외부감사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업 경영진이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한다. 외부감사인이 피감 업체의 재무제표를 대리작성하는 것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다.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회계 오류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또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감사인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수임 경쟁이 치열한 탓에 회계법인은 이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대안은 무엇인가.
"국가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해야 한다. 김기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은 지난 22일 상장법인·금융회사에 대한 감사인 지정제를 확대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은 지정제에 반대하는데.
"기업은 자유수임제가 감사인간 경쟁을 유도해 감사품질을 향상시킨다며 개정안을 반대한다. 감독당국은 지금 위험도가 높은 기업은 감사인을 지정하고 있다. 지정제가 자유수임제보다 분식회계를 예방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에게만 회계 투명성이 높은 지정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회계사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배웠다. 회계사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