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지난 22일 사용자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분석해 식별하는 기능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추가했다. 페이스북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면 이 소리를 '듣고' 15초 안에 어떤 음악·TV를 보는지 파악해서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내 취향을 나보다 더 잘 파악하는 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매우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페이스북의 '돈벌이'에도 활용된다. 회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각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 광고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귀찮은 광고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와 괴롭힐 수도 있다.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은 사용자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변 소리, 시선, 뇌파 정보까지 샅샅이 수집·분석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각각의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지만, 지나친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구글·페이스북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알고 있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애플·야후 등 주요 IT 업체들은 회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자신의 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는 더 편리해진다. '사용자 편익을 위한 맞춤 서비스'라는 IT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반대 의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기관이나 해커들이 이 데이터를 입수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두 엿들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IT 업체들은 일상에 관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다. 사용자 주변의 소리를 듣고, 눈동자를 통해 무엇을 보는지 관찰하고, 뇌파를 분석해 생각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지도 서비스다. 구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세계 각지의 도로 사진을 무단으로 촬영해 논란이 됐다. 구글의 거리 사진 보기 서비스인 '스트리트뷰'에는 남녀의 알몸이 버젓이 실리거나 불륜 현장까지 노출된 적도 있었다. 애플도 아이폰·아이패드를 이용해 사용자들의 위치를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았다. 애플은 "개인을 추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도와 위치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2위 포털 '다음'도 모바일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해왔다는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생체 정보도 대거 수집된다.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 '구글 글라스'에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하는 센서를 넣었다. 사용자가 보는 것은 구글도 동시에 본다. 내가 신문에서 부동산 기사를 자주 보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나중에 아파트 분양 광고를 내보내는 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 수 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시넷(cnet)은 "향후 구글이 뇌 스캐닝 모니터와 결합해 사용자의 감정·생각·기분·의견을 읽고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람들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5S에 지문인식 기능을 넣었을 때는 "개개인의 지문 정보를 수집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애플 대변인이 "지문은 절대 서버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 사용자 아이폰 내부의 칩에만 저장된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생활 정보 활용 돈벌이에 반발 확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2년 초 미국 미네소타주(州)에 사는 중년 남성이 대형마트 타깃(Target) 매장을 찾아왔다. 이 남성은 "고등학생 딸에게 타깃이 임부복 할인 쿠폰을 보내왔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남성의 딸은 부모 몰래 임신을 했는데 타깃에서 임신부들이 먹는 음식이나 옷 등을 샀다.

타깃은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지금쯤 임부복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쿠폰을 발송했다. 유통 업체가 수집한 빅데이터(big data)가 여고생의 부모보다도 빨리 임신을 알아차린 셈이다. 하지만 타깃의 마케팅 행위는 지나친 사생활 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고객에게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IT 기업은 회원 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더 세분화된 광고를 할 수 있고, 이는 광고비 단가를 높여 주수입원인 광고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수차례 소송까지 진행됐다. 페이스북은 올 1월 사용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친구들 간 주고받은 온라인 메시지를 페이스북이 살펴보고 저장한다는 혐의였다. 페이스북은 "이 주장은 대꾸할 가치가 없으며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페이스북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페이스북은 2007년 회원들이 제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자동으로 구매내역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피임 기구나 여성용품 등 개인들의 민감한 구매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해당 사용자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소송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은 2년 만에 해당 서비스를 없앴다.

구글도 작년 회원들의 이메일을 모니터링하고 광고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재판을 맡은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법 루시 고 판사는 "구글이 이메일에 포함된 내용을 자동으로 찾아내 광고에 활동하는 것은 도청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개인화 서비스로 편익 높이는 측면도

개인화 서비스가 편익을 높인다는 의견도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광고나 콘텐츠를 제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여행 정보를 많이 찾아본 사람에게는 다른 검색어를 넣어도 여행 관련 정보나 광고가 먼저 나타난다. 페이스북도 많이 본 콘텐츠나 페이지에 따라서 추천 페이지·광고의 유형이 달라진다. 사용자들에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를 빨리 제공해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정보 선택권 부여해야

기업들도 갈수록 커지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조용범 대표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담 부서를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들의 회원 정보 수집 행위를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편익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정보 보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당신의 무슨 무슨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심코 개인 정보 활용에 동의 버튼을 누른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