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마른다.”

대형 할인점 관계자가 모바일쇼핑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 정부 규제, 장기 불황, 해외 직접구매 등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성장에 목마른 전통 오프라인 업체들이 최근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이 모바일쇼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사업은 앞으로 성장을 판가름할 중요 사업이라 전사적으로 관심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은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에 비하면 모바일 시장에 시동이 늦게 걸렸다. 오프라인 채널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작업이 아무래도 태생이 온라인인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보다 오래 걸렸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 비중이 크게 늘었다. 대형 할인점·백화점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년 사이 한자릿수에서 20~40%로 확대됐다.

합리적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할인점 쇼핑몰 PC·모바일 기반 이용자 수는 일제히 증가하고 있다. 할인점의 온라인 쇼핑객이 모바일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모바일 쪽이 월등히 높다. 대형 할인점의 모바일쇼핑앱 이용자 수는 2012년 상반기 43만8870명에서 2012년 하반기 67만9951명, 2013년 상반기 105만5532만명으로 급증했다. 1년 사이 두배가 됐다. 같은 기간 PC기반 할인점 쇼핑몰 이용자 수는 534만33명, 542만7284명, 562만822명이다.

모바일쇼핑은 장을 본 뒤 무거운 짐을 들지 않아도 되고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휴대폰만 있으면 주차 줄이 길게 늘어선 매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백화점과 마트에서 눈으로만 쇼핑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구매하는 쇼루밍족도 등장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이 ‘옴니채널(온·오프 유통채널을 고객 관점에서 통합해 고객에게 최선의 선택을 제공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롯데·신세계백화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모바일 사업에 열중하는 사이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직 모바일쇼핑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에서 추진하고 있다.

◆ 롯데, 모바일 활용 옴니채널에 박차…계열사별 온라인몰 통합 노력

롯데백화점 온라인사이트 엘롯데의 모바일 매출은 올 들어 4월까지 전년대비 380% 증가했다. 엘롯데의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롯데마트몰의 모바일 비중은 2012년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로 확대, 5월 들어 21%까지 늘었다. 매출도 2012년 1분기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년만인 올 1분기 2763으로까지 확대됐다. 롯데슈퍼는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 만에 온라인매출 중 모바일 비중이 39.8%로 커졌다.

왼쪽은 롯데백화점 모바일앱 엘롯데, 오른쪽은 롯데마트 모바일앱 롯데마트몰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슈퍼, 닷컴 등 계열사별로 모바일 사업을 따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계열사별 온라인몰 통합 방안을 물색, 단계별로 진행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온라인몰 통합을 추진하는 'E2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통합 방안을 물색하고 단계별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2012년 8월 마케팅부문 내 모바일 커머스 기획 부서를 신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모바일커머스 기획 부서는 문종성 매니저가 이끌고 있다. 문 매니저는 롯데백화점에 SSM, 페이스북, 트위터 도입하고 자사 온라인몰인 엘롯데를 기획한바 있다.

롯데마트는 마케팅 전문가 송승선 온라인사업부문장이 모바일사업을 이끈다. 송 이사는 제일합섬(현 웅진케이컬)에서 마케팅·영업 경험을 쌓은 후 페덱스(FedEx) 및 화장품 업체 클라란스코리아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을 체험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경험을 쌓아 현재 상품, 마케팅, 사이트 운영, 배송, 고객서비스, 손익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한다. 롯데마트 온라인 사업부문은 매일 오전 전날 매출 실적과 행사 결과는 분석해 대응한다.

롯데는 각 사별로 옴니 채널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본점, 포항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스토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모바일 스토어는 고객이 매장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엘롯데 사이트로 접속돼 가격 비교 후 모바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닷컴은 온라인으로 쇼핑한 뒤 매장에 직접 가서 입어보고 제품을 찾아가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운영한다.

◆ 신세계, 백화점·마트 모바일 업계 처음으로 통합

신세계그룹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온라인·모바일쇼핑을 통합했다. 신세계는 3가지 모바일 앱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신세계몰 앱이 2012년 1월, 이마트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이마트몰 앱이 2013년 1월 완성됐다. 올 1월에는 신세계몰 앱과 이마트몰 앱을 결합시킨 SSG닷컴 앱을 선보였다. SSG닷컴은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에서 취급하던 150만개 상품을 포함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상품까지 통합 운영한다. 단, SSG닷컴 앱을 새롭게 선보였지만, 이마트몰 앱과 신세계몰 앱은 별개로 따로 계속 운영한다.

왼쪽은 신세계백화점 모바일앱 신세계몰, 가운데는 SSG닷컴 앱, 오른쪽은 이마트 모바일앱 이마트몰

신세계몰 전체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월말 기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모바일 매출은 222% 늘었다. 2013년 신세계몰 모바일이 온라인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7%였다. 이마트 모바일쇼핑 성장도 눈에 띈다. 지난해 1월 이마트몰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지난 20일 22.9%로 확대됐다.

특히 오전 6~9시 출근족과 밤 6시~9시 퇴근족의 활동이 활발하다. PC의 경우 출·퇴근 시간 구매 비중이 13%에 불과하지만, 모바일 매출은 출·퇴근 시간에 매출의 절반이 발생한다. 온라인몰과 모바일 장바구니 상품을 호환되게 해 편의를 높였다. 회사 측은 앞으로 이마트몰 매출의 50%는 모바일쇼핑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 시스템 안정화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신세계그룹도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을 통합한 SSG닷컴을 선보였지만, 아직 시스템 오류 등 문제를 겪고 있다. 회사 측은 하반기에는 오류를 잡아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부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온라인 사업조직을 통합 운영한다. 신세계 온라인, 모바일쇼핑 사업은 최우정 상무와 김예철 상무가 이끌고 있다. 최우정 상무가 기술, 시스템 부문을 담당하고 김예철 상무가 마케팅 영업을 담당한다. 신세계는 2010년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최우정 이마트 온라인사업담당 상무를 영입했다. 최 상무는 2003년 다음에 입사, 2004년 다음 온라인쇼핑 사업인 디앤샵(d&shop) 대표로 활동했다. 김예철 상무는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에스닷컴(S.com) 영업을 담당한바 있다.

홈플러스 모바일 앱

◆ 홈플러스, 하루 두 번 회의는 기본…"모바일쇼핑 대세 될 것"

홈플러스는 2012년 12월 전체 온라인 매출에서 3.8%만 차지하던 모바일 매출액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올 5월에는 모바일 비중이 25%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올 연말 온라인 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 측면에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홈플러스의 모바일 매출은 2012년 149억원이었으나 지난해 45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용객 수도 2012년말 6만4000명에서 지난 20일 10만3000명으로 늘었다.

홈플러스는 김웅 전자상거래사업부문장이 모바일 사업을 이끈다. 홈플러스는 모바일 사업담당자들이 아침과 오후 3시 하루 두번 회의한다. 모바일 사업 특성상 고객 반응이 빨라 회의에서 나온 개선 방안은 바로 적용한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년 만에 급성장한 모바일 사업에는 전사적으로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객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업체에 이어 오프라인 업체들도 모바일 사업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앞으로 모바일 시장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대형 할인점, 백화점에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시장 잠식) 우려도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은 모바일 매출이 늘면 그만큼 오프라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전체 매출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는 “옴니채널 활성화 등으로 이를 극복해나가면 모바일 시장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