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총 6개 종목을 공매도했다. 모두 10주씩 매도했고, 매도하는데 들인 자금은 총 40여만원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3일(금요일), 매도한 종목의 성적을 살펴봤다.

일단 중소형주 K사는 3.96% 올랐다. K사는 테마주였는데, 하필이면(?) 주가에 호재가 되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었다. 그리고 중견기업 H사와 보안기업 H사는 각각 0.17%, 2.34% 상승했다. Y사의 주가도 0.63% 올랐다. 다만 다른 H사는 4.84% 내렸고, N사는 2.78% 하락했다. 6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올랐으니, 당초 종목 선정이 틀렸던 셈이다.

나흘만에 1만원 남짓 손해(평가손실)를 봤다. 그런데 이번 투자가 공매도였기 때문에 위험한 요소가 몇가지 더 있었다.

◆ 장기로 가져가기 쉽지 않다…고리(高利) 때문에

기자의 공매도 수익률.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29% 상승했지만 기자의 계좌는 0.9% 손실을 보고 있다. 1만원 남짓한 자금을 수업료로 내야 했다.

보통의 투자는 만약 ‘물리더라도’ 언젠가는 매수가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투자 방식은 실패로 돌아갈 때가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장기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는 특성 때문이다. 나날이 쌓여가는 이자를 보다보면 곧바로 손절매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주 거래의 융자 이자율은 연 평균 7.0%~8.0%에 이른다. 담보가 없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다. 최근 은행은 담보가 확실할 경우 대출 이자가 4%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많이 가져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만 했다.

기간별로도 이자율은 차등 적용된다. 1일~15일동안 주식을 빌리고 갚은 투자자는 연 7%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16일~30일은 7.5%, 31일~60일 사이에 빌린 주식을 상환한 투자자는 8%의 이자율에 응하는 금액을 내야한다. 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다보니 시간이 흐르는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투자의 경우 지난 19일 약 40만원 어치의 주식을 빌렸기 때문에 21일 주식을 상환한다면 690원의 상환이자가 붙는다.

증권사에 따르면 이자를 두번에 걸쳐 납부해야 하는 곳도 있다. 매월 1일 정기이자를 내다가 상환일에 나머지 상환이자를 내야하는 증권사도 있다. 보통 절반 정도를 정기이자로 떼가기 때문에, 매월 꼬박 꼬박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준의 예탁금이 사라지는 것이다.

◆ 실적이 악화 추세인 기업은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

‘이자율이 비싸긴 하지만, 애초에 많이 떨어질 것 같은 부실기업을 선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가가 많이 떨어질 것 같은 부실기업은 공매도할 주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관리종목이나 수년간 적자를 낸 기업이라면 향후에도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지만, 이런 종목은 보유자들이 공매도를 하라고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해 STX그룹,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 후폭풍으로 주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대기업이면서 법정관리 선택으로 급락하는 종목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실제 자기대주는 증권사가 직접 보유한 종목을 빌리는 것이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부실기업을 편입해놨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 매년 10%는 떨어져야 본전

대주매각대금을 미리 납부함에 따른 사실상의 손실(고작 1%의 이용료만 돌려받기 때문에 대주매각대금의 실제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대주 이자율 등을 감안하면 공매도로 이익을 내기란 만만치 않다. 매년 10% 정도는 떨어져야 본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몇몇 증권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인투자자 대상의 공매도 투자 상품을 내놨다가 적은 호응 속에 모두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공매도를 하기 보다, 차라리 주식워런트증권(ELW)이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라고 권한다. 따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구조이고, 투자 기간도 성향에 맞게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개인투자자들 중 일부는 개인들끼리 자금을 모아 대량으로 공매도를 실시, 해당 기업의 주가를 떨어지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 공매도를 해본 결과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였다.

국내에서는 공매도를 할 때 업틱룰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매수자측이 희망하는 가장 높은 가격이 1만150원이라면, 공매도는 1만200원부터 가능하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풋 ELW나 인버스 ETF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