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자동차 부품사들의 매출 곡선이 주춤하던 2011년. 독일,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국내 스마트 키 시장에 첫 발을 내딘 대동에게는 퀀텀 점프(비약적인 성장)가 시작되는 해였다. 대동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 키가 현대차 2011년형 그랜저HG에 적용됐다. 그 뒤로 납품 차종이 하나둘 늘며 매출액은 껑충 뛰었다. 2010년 말 3100여억원에서 3년 만에 5053억원을 달성했다.

대동은 차량용 열쇠와 잠금장치 등 기계식 키 세트(key set)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85%가 넘는다. 10여년 전부터는 스마트 키 분야로 눈을 돌리며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조명수(62·사진)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키 세트가 손으로 돌려 따는 기계식에서 통신 기술을 이용한 전자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계속 같은 제품만 생산하다가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차문을 여는 열쇠, 조수석 앞 서랍과 트렁크에 필요한 열쇠 등 차량 곳곳에 필요한 열쇠 4~6개를 들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텔레비전 리모콘처럼 전파와 통신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키로 진화하며 무게도 줄고 편의성도 높아졌다.

현재 스마트 키를 적용한 차량은 전체 시장에서 60% 내외다. 중대형 차량은 90% 이상으로 큰 차일수록 적용률이 높다.

대동이 만든 스마트키 모델.

대동은 현재 현대기아차 3개 차종에 스마트키를 납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중국 브랜드에 납품을 시작한다. 중국을 신호탄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생각이다.

조 대표는 “스마트 키는 기계식 키의 연장선에 있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른 산업 분야”라며 “주력 사업 부문을 바꾸기 위해 기업 체질 자체를 바꿨다”고 말했다.

기계식 키는 단순 제조업에 해당하지만 스마트키는 전자·통신 분야다. 때문에 ‘팔다리’를 만들던 부품 제조사가 컨트롤박스 등 ‘두뇌’ 부분에 해당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어려움도 따랐다. 대동은 전자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특히 연구 인력을 대폭 늘렸다. 현재 연구소 인력 140여명 가운데 전자·반도체 관련 인력은 70%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조명수 대동 대표가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본사에서 스마트 키 제품을 들어올리며 설명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키 시장에서 대동의 점유율은 25% 내외다. 우리나라 업체로서는 독보적인 위치다. 하지만 독일 콘티넨탈이나 일본 덴소 등 세계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대동은 앞으로 모션(움직임) 인식, 생체 인식 등을 미래 키 세트 시장의 화두로 보고 있다. 몸의 특정 움직임을 인식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거나 차량이 지문이나 음성으로 주인을 알아보는 식이다. 대동은 이번 달 유망한 중소·중견기업에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투자에 힘쓸 예정이다.

대동은 올해 기업 슬로건도 바꿨다. ‘글로벌 탑3 스마트 키 시스템 메이커’로 전 세계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담겼다. 조 대표는 “10년 내에 목표를 이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