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깊은 수면 상태에서 깨어났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치료를 받으며 생사를 넘나든지 보름 만이다.

25일 삼성그룹은 “19일 일반 병실로 옮긴 이건희 회장의 의식은 혼수상태에서 회복됐다”며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해 있는 삼성서울병원 측은 “신경학적 소견으로 보아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회망적”이라며 “심장 및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은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 후 눈을 뜬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상에 누워 있던 이건희 회장을 깨운 건 홈런타자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었다. 이날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넥센의 경기에서 3회 이승엽 선수가 3점 장외홈런이 터뜨리자 이건희 회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자 이를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크게 고함을 질렀고, 이 소리에 이 회장이 번쩍 눈을 뜬 것. 병실에 함께 병실에서 함께 야구를 보던 가족들도 이 회장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야구단 측에 “선수들이 너무 잘해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는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 선수 등 야구단 관계자들은 모처럼 크게 웃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날의 주인공 이승엽 선수도 “야구선수로서 행복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소감을 전했고, 류중일 감독도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23안타를 폭발하며 넥센을 상대로 화끈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승엽은 3회 2사 주자 2, 3루 볼 카운트 투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직구를 공략, 125미터 우월 장외 홈런을 쳐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순천향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삼성병원에 입원했다. 한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19일 일반 VIP병실로 옮겨졌다. 일반 병실로 이동하긴 했지만 아직 중환자실에 준하는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