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단 34시간만 투자하면 대학 수업에서 3달에 걸쳐 배우는 제2외국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무료 언어학습 애플리케이션(앱) ‘듀오링고’ 이야기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하면 누구나 공짜로 쉽게 언어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폰 안 CEO는 “내가 태어난 과테말라 같은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언어를 배울 기회도 적고 배우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며 “가난한 사람에게도 동등한 언어 학습의 기회를 주기 위해 듀오링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제2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인구는 전세계적으로 12억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8억명이 취업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사용자들이 언어를 배우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로 운영 자금을 마련한다. 대표적으로 듀오링고가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CNN 뉴스를 사용자들이 스페인어로 번역하면 CNN은 듀오링고에 번역료를 지불한다. 사용자는 뉴스를 보면서 영어나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CNN은 필요한 번역 자료를 제공받는다. 듀오링고는 이 사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 듀오링고는 CNN과 버즈피드 등의 매체와 번역 계약을 맺고 있다.

폰 안 CEO는 “사용자의 언어 수준에 맞는 문장과 자료를 제공해 번역 오류를 줄인다”며 “초보자에게는 이름이나 날씨를 묻는 문장부터 시작해 수준이 올라갈 수록 CNN 뉴스 같은 문제를 제출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듀오링고는 출시 3년만에 25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했다. 북미와 남미, 유럽 지역에서는 공교육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듀오링고에서 배우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27일부터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

듀오링고는 곧 토플, 토익 등의 영어능력시험의 지위에 도전하는 ‘듀오링고 테스트 센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앱에서 제공하는 영어 시험을 보려면 등록료 20달러만 내면 된다. 평균 등록료가 300달러인 토플과 같은 영어시험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폰 안 CEO는 “사람들은 매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영어시험에 쓰는데 이는 엄청난 낭비”라며 “개도국에서 300달러면 한달 월급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듀오링고 테스트 센터를 사용하면 적은 돈으로 시험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며 “시험 보는 도중 스마트폰 카메라랑 마이크로 시험 과정을 녹화해 컨닝 같은 문제를 방지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폰 안 CEO는 듀오링고를 창업하기 전에 웹 인증 시스템 캡챠(CAPTCHA)와 리캡챠(reCAPTCHA)를 만든 개발자로 유명하다. 캡챠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할 때 일그러진 모양의 숫자와 영문 글자를 입력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사람처럼 일그러진 글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스팸 메일 프로그램을 걸러내는 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