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 두 조선사의 주가가 실적 부진과 사망 사고 등 잇단 악재를 딛고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현대미포조선은 5월 초에 비해 9.4% 오른 15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비상장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장외 주가도 4.3% 상승했다. 수익성이 낮은 해양 사업의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과 달리, 두 회사는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조선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업체의 주가가 오르는 동안 현대중공업은 0.5%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주가는 나란히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은 1월 초 25만원대 밑으로 떨어지더니 현재는 19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올 초 18만원을 웃돌았던 현대미포조선도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장외주가 역시 올 초 5만원 밑으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달까지 계속된 현대중공업그룹 3개 조선사의 주가 하락은 갖가지 대내ㆍ외 악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4월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는 총 7건의 산업 재해가 발생하며 8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노동건강연대 등은 최근 3개 조선사의 대표이사 3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까지 악화됐다. 1분기 현대중공업은 매출이 크게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고,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익은 708% 넘게 감소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늘었다.

이처럼 잇단 악재에 주가가 같이 하락했음에도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두 회사만 반등한 까닭은 무엇일까.

조선ㆍ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현대중공업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에 비해 수주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수익률이 높지 않은 해양 사업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적 개선 여력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해양 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비조선(정유) 부문의 마진율까지 낮아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수주액 283억달러 중 해양 사업 수주액은 65억달러로 약 23%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미포조선(59억달러)과 현대삼호중공업(55억달러)의 작년 수주액은 모두 조선 사업으로 번 돈이다.

박 연구원은 “해양 사업은 설계도 제작과 부품ㆍ자재 결정 권한이 모두 거래 대상인 해외 업체에 있다”며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많은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조선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한동안 저가 매수 전략을 쓸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은 주가가 1월 최고점 대비 25%나 떨어졌다”면서 “적자를 내고 있는 저가 수주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올해 안에 인도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18만원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