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10년 임대아파트 '춘천 거두 호반베르디움 에코' 모델하우스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달 29~30일 청약에서 당첨된 소비자들이 분양 계약을 맺으러 온 것이다. 총 345가구인 이 아파트의 계약률은 100%. 최근 춘천 지역에 미분양이 잇달아 발생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징검다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는 세입자가 5~10년간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내고 살다가 분양 전환을 통해 내 집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택이다. 임대 기간을 최장 5~10년 보장받을 수 있어 '5년·10년 임대아파트'라고도 한다. 입주 초기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고 훗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주택 구매를 결정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대료 인상·세금 부담 '걱정 無'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10년 임대아파트를 분양했다. 청약 경쟁률은 평균 3.1대1. 전용면적 74㎡·84㎡형 아파트 416가구를 짓는 데 1308명이 신청한 것. 특히 소형인 74㎡형은 2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18일 수원 세류지구에 선보인 5년 임대아파트는 더 큰 인기를 끌었다. 235가구(39~59㎡형) 모집에 1077명이 신청해 청약률은 4.6대1까지 올랐다.

㈜한양이 지난달 세종시에 공급한 '한양수자인 와이즈시티'(2170가구) 역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5년이나 10년 뒤 분양 전환이 가능한 이 아파트에는 4000여명의 투자자가 몰려 현재 90% 가까운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입주 당시 목돈이 들지 않는 데다 주거비 부담도 일반 전세에 비해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입주 때 내는 임차보증금은 대개 3000만~5000만원 정도이고 임대료 인상률 역시 연간 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세금 부담도 크지 않다. 임대로 거주할 때에는 취득·등록세,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또 세입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다음에 되팔아도 그동안의 거주 기간(5~10년)을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도 내부 평면이나 마감재, 공동 시설이 일반 분양 아파트 못지않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H 김재경 부장은 "최근에 짓는 10년 임대주택은 어린이집과 놀이터, 경로당,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했다.

땅값·대출 이자 낮아 싸게 공급

건설사들도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 공급에 나서고 있다. LH는 이번 달 평택 소사벌지구(765가구)와 대전 관저5지구(342가구), 양산 물금지구(575가구) 등 연말까지 5년·10년 임대아파트 9000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 건설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6월 충남 아산에서 '호반 베르디움' 705가구, 중흥건설은 11월 전남 순천에서 '중흥 S클래스' 1490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올 들어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 공급량을 크게 늘린 것은 사업비 절감을 통해 분양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는 아파트 부지를 조성 원가의 70% 수준으로 싸게 살 수 있는 데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일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이자(연 6~8%)보다 낮은 금리(연 2.7~3.7%)로 아파트 한 채당 7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비용 절감 덕분에 '한양수자인 와이즈시티'의 5년 후 분양 전환 가격은 2억6290만원(84㎡형·기준층 기준)으로 작년 말 인근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2억9000만원)보다 3000만원가량 낮았다.

다만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5년·10년 임대아파트는 분양 전환 과정에서 세입자와 건설사가 분양가 산정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감정 평가 업체 2곳이 산정한 감정가의 평균 금액을 분양가로 채택하고 있지만 양측 의견이 엇갈려 법적 소송까지 가기도 한다"며 "임대 계약을 맺을 때 월 임대료 수준과 분양 전환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