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콘텐츠 업체가 이용료 부담 책임을 막아줬던 이른바 ‘망(網)중립성’ 원칙이 개정되면서 망을 소유한 통신업체에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회사들은 “서비스 혁신을 멈출 수 있다”며 즉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원칙 개정안을 지난 4월에 내놓았다.

미국의 망중립성 개정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인터넷 정책 흐름은 줄곧 미국을 따라왔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같은 서비스 이용에는 제약을 두면서 망중립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터넷 기업 "개정안 중대 위협"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망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내놓았다. 인터넷 콘텐츠 회사들이 더 빠른 회선을 원한다면, 이통사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방통신위는 이달 15일(현지시각)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찬성 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망중립성은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본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자면 인터넷 망을 공공재로 본다는 것이다. 특정 인터넷 콘텐츠 회사의 서비스가 망 트래픽을 많이 쓴다고 해서 망을 가진 통신사업자가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망중립성 원칙은 이른바 ‘망 사업자’인 이통사들에게는 매출 손실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트래픽을 소모하는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의 경우 이통사들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따로 이용료를 내진 않는다. 이통사들의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여 구축한 망 인프라를 콘텐츠 회사들이 무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미국의 인터넷 업계는 연방통신위의 결정에 반발했다.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과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150여개 IT 기업은 공식 서한을 이달 7일 연방통신위에 전달했다. 서한에는 “FCC의 개정안은 인터넷 산업을 ‘공동 묘지’로 만드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적었다.

특히 개정안이 돈이 많은 부자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는 구글처럼 돈이 많은 회사만이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는 “유선 뿐만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차단과 차별을 금지하고, 빠른 회선 이용에 대한 이용료 부과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韓 무제한 요금제…망중립성 논란으로 번질까

망중립성 논란은 한국에서도 재점화되고 있다. 이통사들이 지난달 내놓은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요금제가 불쏘시개가 됐다. 출시 한달만에 가입자 140만명을 넘긴 이 요금제는 음성통화는 물론 데이터 이용에 제한을 없앤 것이다.

인터넷 콘텐츠 회사들의 서비스는 무제한이 아니다. 대표적 사례는 카카오톡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다. 각 통신사별로 mVoIP에 쓸 수 있는 데이터량에 제한을 둔 것이다. SK텔레콤(017670)은 350메가바이트(MB),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600MB로 제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제한이라는 말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DB

국내 이통사와 인터넷 콘텐츠 회사들의 망중립성 논란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무료 문자를 하루에만 수십억건 전달하면서 이통사와 대립각을 세웠고, 국내TV 제조사들도 스마트 TV의 트래픽 유발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되풀이 원인으로 정부를 비롯한 국내 규제기관을 꼽는다. 성균관대 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 한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망중립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장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한다“며 ”한국은 일관적인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문제가 재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국내 규제기관이 망중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논란이 생길때마다 사후적인 대처에 나설게 아니라 가이드라인부터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