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강남터미널 지하상가는 30년만에 리모델링을 했다. 시설이 낙후되고 쇼핑객이 줄어들자 상인들이 점포당 8000만원을 투자해 개·보수에 들어갔다. 어둡고 칙칙했던 상가는 환한 조명에, 가게마다 통일된 디자인의 간판 등으로 깔끔하게 변했다. 총 길이 880m에 626개의 점포가 있는 대규모 지하상가인데도 쉴 공간조차 거의 없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다. 곳곳에 휴게 공간이 생겼고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친다.

반면 서울 시청역과 을지로 지하상가를 보면 사람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보행 이동공간으로 지하상가 구간을 이용하고 주말이면 오히려 유동인구가 더 줄어든다. 자연 채광, 선큰(sunken) 광장(지하로 푹 들어간 모양의 광장), 실내 유수공간, 빛으로 꾸민 광벽 등 여러가지를 활용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선진국들의 지하상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도심 지하상가를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면 관광객 유치 등 여러모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일본의 지하공간 환경개선 사례

◆ 도심 지하상가를 한류 테마 거리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은 대부분이 명동, 동대문시장, 인사동, 고궁, 남대문시장, 청계천 등으로 도심 지하상가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서울 도심지역의 지상공간은 유휴지가 거의 없는 데다 땅값이 비싸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지하상가 공간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도심 지하공간 연결 방안

우선 곳곳이 끊긴 지하상가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소공지하상가와 시청광장상가, 명동지하상가와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고 소공지하상가와 한은 본점 앞의 소공지하차도, 회현역과 회현 지하상가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명동, 남대문시장, 남산 입구 등을 지하로 연결할 수 있다.

한은 본점 앞 분수대는 해외 사례처럼 선큰(sunken) 광장으로 개발하고 그 아래에 싱가포르 선텍시티(Suntec City)처럼 분수대를 만들 수도 있다. 을지로 입구에서 종각역까지 연결하게 된다면 청계천을 거쳐야 하는데 청계천 다리 바로 밑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면 지하상가에서 청계천까지 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도심 지하상가들의 폭을 넓혀서 새로운 장식물이나 구조물을 만들 수도 있다.

프랑스 파리 레알지구의 선큰(sunken)광장과 싱가포르 선텍시티(Suntec City)내 부의 분수(Fountain of Wealth)
IT와 한류 이미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한류와 정보기술(IT)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는 K팝(POP) 홀로그램 전용공연장 '클라이브'(Klive)가 있고,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에는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대에 '탱크 빼고는 다 만든다'는 말이 통할 정도로 전자산업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세운상가가 있다. 한류와 IT를 테마로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을지로지하상가 관리업체인 대현프리몰의 서민호 이사는 "서울 도심은 우리나라 역사, 문화, 경제의 중심 축이다"며 "한류와 문화예술 공연, IT산업, 의류 패션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테마를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상가 관리, 디자인통일·테마조성 등 협력 필요

30년만에 리모델링을 한 강남터미널 지하상가는 산뜻해졌지만 그 옆의 3호선 지하철역 상가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여전히 조명이 어둡고 바닥은 주황색 타일로 칙칙하다. 지하철역 상가는 바로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명암은 더욱 크게 대비된다.

맞붙어 이어진 곳인데도 터미널 지하상가와 지하철역 상가는 왜 이렇게 다를까. 이유는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의 시민통행 목적으로 조성된 지하도 상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지하철역 구내에 조성된 지하철상가의 관리자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다. 시청에서 을지로로 이어지는 지하상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 구간은 서울메트로가 관리하고 그밖에 상가는 시설관리공단이 위탁한 업체에서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주체나 위탁업체를 통합하든지, 그게 어렵다면 서울시와 시설관리공단, 서울메트로, 상인대표 등 각각의 주체들이 모여 디자인 통일, 상가활성화를 위한 테마 조성 등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