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면전(全面戰)이 시작됐다. 두 회사는 모두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직접 부딪치는 일은 드물었다. 구글은 검색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 MS는 PC 운영체제(OS)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로 영역이 구분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기기의 등장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 클라우드란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데이터도 저장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해 사업 영역을 넓혔고, 이에 따라 각자의 영역에서 최강자였던 두 회사가 한 무대에서 대결하게 된 것이다.

구글 "크롬OS와 구글 앱스로 저가 공세"

구글은 MS의 양대 사업 영역인 PC용 운영체제(OS)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G전자·레노버·델 등 제조사와 함께 PC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구글이 선보인 제품은 '크롬북' 시리즈. MS의 윈도 OS 대신, 구글이 만든 크롬 OS를 탑재한 데스크톱과 노트북PC다. 크롬 OS는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크롬'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MS 윈도처럼 PC를 작동시키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크롬 OS는 윈도보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30% 이상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 기능을 무기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S가 장악한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업 영역 확장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 전면 경쟁에 돌입했다. 사진은 사티아 나델라(왼쪽) MS 최고경영자와 래리 페이지(오른쪽) 구글 최고경영자.

구글은 크롬PC와 함께 업무용 온라인 소프트웨어인 '구글 앱스'를 끼워팔고 있다. 싼 크롬PC를 사면 비싼 MS의 '윈도'나 '오피스'를 안 사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크롬북은 작년 미국의 기업용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21%를 차지했다.

MS "오피스 바탕으로 클라우드 파고든다"

MS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를 바탕으로 구글의 클라우드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설치형 소프트웨어인 오피스를 클라우드로 만든 'MS오피스365'는 월 9000원(1인 기준)에 쓸 수 있다. 1년 정도 사용하기에는 오피스(16만9000원)보다 싼 가격이다.

오피스는 MS의 최대 수익원이다. 2013 회계연도 영업이익의 60%에 해당하는 161억9400만달러(약 16조5800억원)를 오피스가 벌어들일 정도다. 오피스의 중심이 저렴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넘어가면 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MS가 수익성 악화까지 감수하는 까닭은 온라인 저장 공간 서비스 '원드라이브'를 띄우기 위해서다. 구글의 '구글 드라이브'와 경쟁하는 MS의 또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다. MS오피스365에서 문서를 작성하면 일단 원드라이브에 저장된다. 성능이 앞서는 오피스를 바탕으로 원드라이브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각국 지사에 "더 이상 개별 소프트웨어 판매는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전면전을 벌이는 클라우드 영역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MS 전면 경쟁, 국내 기업은 걸음마

구글과 MS는 현재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알 만한 분야만 해도 검색(구글 검색-MS 빙)부터 시작해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크롬-인터넷익스플로러), 이메일(지메일-아웃룩닷컴), 업무용 소프트웨어(구글 앱스-MS오피스), 스마트폰OS(안드로이드-윈도8모바일), PC OS(크롬OS-윈도OS)까지 다양하다. 업무용 인터넷 서비스도 '구글 앱 엔진'과 'MS애주어'로 경쟁 중이다.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IT 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데이터 저장과 문서 수정 기능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 'N드라이브'를 운영한다. 구글이나 MS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SDS·LG CNS·SK CNC 등 대기업 계열 IT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 외국 기업과 손잡고 기업용 클라우드 설비를 공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