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정부의 구두개입에 상승 마감했다.(원화가치 하락) 9일 장중 한때 1020원 근처까지 하락하자 정부가 개입을 통해 1020원 위로 끌어올리며 추가 하락을 막았다. 당분간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로 1020원선은 지켜지겠지만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하락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골드만삭스는 원화 환율이 7월까지 101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 구두개입으로 1020원 지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오른 1024.4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022.9원에 출발했다.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내리면서 1020원선에 근접하자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전날 서울 환시 현물환 종가보다 1.55원 오른 1024.25원에 거래됐다.

환율은 오전 중 수급에 따라 1023원 근방에서 등락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금융통화위원회 후 브리핑을 기점으로 오후 1시 21분 1020.9원까지 급락하며 장중 연저점을 갱신했다. "원화절상은 수출에는 부정적이지만 부진한 내수를 활성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어 긍정적·부정적 효과의 크기를 따지기 어렵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 총재는 "환율 절상속도가 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성 발언도 날렸다.

오후들어 기획재정부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환율은 상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유입, NDF거래 등에 투기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해 투기적인 요인이 있으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재부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반등해 1024.8원까지 올랐다.

◆당분간 1020원대 예상…추가 하락 여력 남아있어

정부가 이날 구두개입을 통해 1020원을 지키면서 당분간 환율은 1020원 근방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지난 4월 10일 1040원 선을 놓고 정부가 구두개입했을 당시 약 3주(14거래일)동안 1040원대가 유지됐다"며 "이번에도 그만큼 장기적으로는 아닐지라도 당분간은 당국에 대한 경계로 1020원 선이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연구원은 "수출 호조가 계속되면 하락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최근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움직임은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우리 기업의 미국 수출 확대로 이어져 추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5~6월은 수출 성수기이기도 하고 특별한 달러 상승 요인이 없어 하락 여지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1020원이 유지되겠지만 2분기 중 1000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