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락하자 해외 수주 물량이 많은 건설업체들 위주로 향후 환율 변동 방향과 속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체들은 단기간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장기화할 경우에는 수주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022.6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1060~1070원을 오갔던 환율은 지난달 9일 1050원선이 깨졌다. 7일에는 1022.5원을 기록해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환율 급락이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수주 시 달러, 유로, 현지화를 복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원·달러 환율이 곤두박질 친다고 해서 바로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공사는 제조업과 달리 공사기간이 길고 기성이라고 해서 공정률에 따라 대금을 받는다”며 “현지 업체에 직접 현지 화폐로 대금을 결제하는 경우가 많고 환리스크에 대한 헤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히 요동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 정창구 처장은 “환율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건설업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사실”이라며 “반대로 현지에서 조달해온 장비 대여금이나 임금 부담은 줄어드는 유리한 점도 있다. 제조업보다 영향은 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체들은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업체가 제시할 수 있는 수주금액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 원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저가로 수주해 원가율이 문제된 사업장은 손실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의 사업 비중이 해외부문에 집중된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의 사업구조를 보면 해외부문 비중이 50~70% 수준이다. 주택부문 비중은 10% 내외 수준이다. 주로 돈을 버는 곳이 해외 플랜트 분야다.

이를 반영하듯 해외수주금액은 증가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우리 업체들은 해외에서 약 240억달러(약 24조5700만원)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달러대비 원화 환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형건설사들은 업체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긴밀하게 움직이겠지만, 중소건설업체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