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빨리 뛰기 위해 몸도 가볍게 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라는 대기업 이름표를 떼고 벤처로 되돌아갔다. 벤처 ‘싸이월드호’의 조종타를 잡은 선장은 김동운 대표다. SK텔레콤(017670)출신인 그는 싸이월드의 전성기였던 2005~2006년에 전략본부장을 지냈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싸이월드는 한때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다. 1999년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KAIST 동기들과 만들었다. 2000년대 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가 없으면 친구들과 의사소통을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SK컴즈에 인수됐고, 결제 수단인 ‘도토리’는 연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토리는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가 꼽은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싸이월드 인기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PC에만 최적화된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모바일에서 강점을 보인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갔다.

김동운 대표도 이런 문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대응 전략을 가다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발 빠르게 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싸이월드가 가진 본원적인 가치만은 잃지 않겠다”며 “이용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추억을 담는 개인의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누구나 어디를 떠나면 홈(집)으로 되돌아온다”며 “돌아올 이용자들을 위해 홈을 따듯하고 편안한 곳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말하는 김동운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 SK컴즈 사옥에서 만났다.

-싸이월드가 11년 만에 SK컴즈에서 독립했다. 벤처로 돌아간 장점이 있나.

“일의 속도가 달라졌다. 독립하면서 직원 30명이 모두 회사의 주주가 됐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이유다. 사실 대기업에서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게 어려웠다. 각 부서가 맡은 하나의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제약이 있었고,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했다. 벤처로 돌아가면서는 이런 제약이 없어졌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관심 있는 직원 모두를 투입한다. 직급도 대표인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같기 때문에 따로 보고를 올리지도 않는다. 대기업에서 답답하다고 느꼈던 점들을 해결해나간 셈이다.”

-SK컴즈에 있으면서 답답했던 점이 많았던 것 같다.

“SK컴즈에서의 싸이월드는 포털인 네이트와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싸이월드의 시작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구석구석 굉장히 비대해졌다. 이용자들에게 필요없는 서비스를 억지로 강요한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다. 사업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사업해온 것이다. 싸이월드의 출발은 벤처였다. 전 국민이 쓰게 될 서비스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용자가 갑자기 늘면서 서비스를 이것저것 붙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계획되지 않은 도시와 같았다. 문제는 서비스가 전성기를 누릴 때 문제가 생기면 쉽게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싸이월드는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나.

“싸이월드가 놓쳤던 부분을 따라잡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중심이 유선에서 무선, 모바일 순서로 이동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기반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싸이월드가 쫓아가지 못했다.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작년 말 싸이월드 분사 얘기가 나올 때부터 싸이월드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오랜 시간 담아둔 콘텐츠들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싸이월드는 절대 안 없어진다. 그러나 무작정 쫓아가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세상을 쫓아가는 건 놓쳤지만, 앞으로 올 새로운 세상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바일 SNS의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준비한다는 것인가.

“싸이월드가 가진 본원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홈(home)'이라는 가치다. 홈은 감성을 집약하는 말이다. 자기가 공들여 꾸미고, 아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첫번째 단계로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담아놓은 사진들을 ‘감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5월 내로 출시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룩백’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페이스북의 룩백은 건조했다. 흔히 광장이라고 비유되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감성적인 부분이 약하다. 누구나 같은 인터페이스를 쓰면서 이용자 개개인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카페와 같고, 싸이월드는 옛날에 살던 집과 같다.”

-앞으로의 성장 전략은.

“현재 싸이월드는 새로운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를 만드는 준비 과정에 있다. 크리티컬 매스란 스스로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크기를 말한다. 싸이월드의 경우에는 ‘골수 이용자’ 층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20대 초반의 얼리 어댑터와 오피니언리더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