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4개 중 3개는 과거에 한계기업인 적이 있었던 '좀비기업'(만성적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의 수는 2200여개나 되고 대기업도 500개 가까이 포함돼 있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4년 4월)'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계기업이 늘어날 경우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자원배분 비효율로 경제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고용 위축, 임금상승 억제 등 부작용이 있다며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1만9819개를 분석한 결과,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2012년말 2965개로 2009년말(2019개)보다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기업 대비 비중도 2012년말 15.0%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3년전(10.2%)보다 크게 늘었다.

기업별로는 중소기업 한계기업 수가 2428개로 대기업(537개)의 4.5배였으며 업종별로는 부동산·건설업의 한계기업 수가 994개로 전체 한계기업의 33.5%를 차지했다. 특히 한계기업 중 2002~2011년에 한계기업이었던 경험이 있는 기업이 다시 한계기업 상황에 처한 만성적 한계기업이 76.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계기업 4개 중 3개는 좀비기업인 셈이다.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한계기업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해당 업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계기업이 많아질수록 경제적 자원배분의 왜곡이 심화되고 고용위축, 임금 상승억제 등이 유발돼 가계소득 증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부가가치 기준 기업 생산성을 비교해 보면, 한계기업의 총자산 대비 부가가치 비율(2.0%)은 정상기업(10.4%)에 비해 5분의 1 수준임에도 한계기업에 투하된 경제적자원(한계기업 총자산)의 규모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약 20%수준에 이르는 약 250조원에 달했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부도율이 1.5배 상승하면 국내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1.1%포인트 하락해 은행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부도율이 2배 상승하는 경우는 국내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2.1%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한계기업 누증 등으로 거시경제 차원의 성장동력이 제약될 수 있다"며 "채권금융기관은 기업의 장래성을 엄밀히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수 한은 부총재보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한계기업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고 경제 전반을 다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기준금리 인상과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답했다.

한은은 전반적인 거시건전성 상황에 대해서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 영향이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가계 부문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했고 기업 부문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됐으나 자본적정성은 양호하다"며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에도 불구하고 가격 변동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외환건전성은 경상수지 흑자 지속, 대외지급능력 제고 등으로 더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올해 2월 현재 금융안정지수(FSI)가 4.66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주의 단계(8)를 밑돌고 있으며 모든 부문에서 금융안정 상황이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가계(1.13)와 기업(1.11)의 금융불안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