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경영은 사업 구조조정만 있는 게 아니다. '창의적인 사고(思考)'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패스트 컴퍼니'가 지난해 '혁신 기업' 순위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했다. 1위를 차지한 기업이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매년 1위를 다투던 IT 기업이 아니라 나이키였기 때문이었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운동화와 스포츠 용품이다.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나이키를 최고 혁신 기업에 올려놓은 것은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시도였다. 나이키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IT를 접목한 '퓨얼밴드'. 착용자가 조깅을 하든, 회사 안에서 걷든 온종일 활동량을 측정해 수치로 보여주고 활동량이 부족하면 빨간색, 목표를 달성하면 녹색으로 표시한다. 또 다른 혁신 사례는 새로운 제조 공법을 적용한 '플라이니트 레이서' 신발이다. 뜨개질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의 공법으로 제작, 기존 신발보다 가벼운 게 특징이다. 나이키는 혁신 전략을 앞세운 결과 2000년대 초반까지 정체에 빠졌던 매출이 2008년 186억달러, 2013년 253억달러로 상승했다. 패스트 컴퍼니는 "나이키는 기업의 운명을 혁신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의 중요성은 한국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 투자를 통해 고도성장을 일궈왔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점차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GE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혁신으로 무장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듯이 우리 기업도 더 늦기 전에 창의력을 내세워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최근 한국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회에서 "장기 성장률의 정체와 원화 절상의 기조 속에서 기존 대기업 중심의 노동·자본 투자 의존형 성장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 주도형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기술투자,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다양성과 도전정신을 장려하는 혁신의 토양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경제 환경은 과거의 추격·모방의 시대와 다르다"며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의 성패 여부는 기업가 정신의 진흥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