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어떻게 자라는가

권오상 지음|부키|272쪽|1만5000원

현대인들은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꿈'을 꾸는 이유는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월급은 늘 부족하다. 주택 담보 대출 이자와 양육비, 교육비, 보험료 등 '고비용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지출해야 할 돈은 너무나 많다. 서민들에게 저축은 꿈 같은 얘기다. 그저 그 달 벌어서 그 달 쓰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사람들이 번 돈을 어떻게 지키고 불려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돈을 둘러싼 수 많은 이론과 금융회사들을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여러 금융 자산을 섞어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예로 든다. 금융회사들은 CDO를 가능케 한 이론을 과학이라고 착각해 절대로 부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거래했지만, 결국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말았다. 저자는 이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므로 상황에 따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돈을 어떻게 불려나가야 할지 명쾌한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는 학계 이론가나 금융 전문가들 조차 오해하고 있는 금융 이론과 투자 전략에 날카로운 메스를 댄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클수록 수익률도 크다'라는 상식처럼 떠도는 속설을 검증한다. 부채 비율이 높은 회사들의 주식에 투자했을 때가 부채 비율이 낮은 회사들에 투자했을 때보다 평균 수익률이 낮다. 또 표면 이자율이 높은 투기 등급 채권이 투자 등급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 투기 등급 채권이 부도가 나 종잇조각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통계적으로 감안한 분석이다. 저자는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이익을 얻을 수 없다(No risk, no return)"라는 말을 "리스크가 크면 이익도 크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 금융회사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포트폴리오' 이론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서는 개별 자산에 대한 예상 수익률, 예상 수익률의 표준편차, 예상 수익률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가정되는 상관계수 이 세 가지를 살펴야하는데 금융회사들이 '상관계수'의 불안정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론상으로는 오류가 없지만 입력하는 예측 값이 안 맞는 경우(대부분 안 맞는데), 계산은 엄밀해 보이지만 결과는 엉터리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회사의 달콤한 꾀임에 무조건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채'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기업보다 개인(가계)이 더 까다롭게 부채를 바라봐야 한다"며 "자신의 수입 규모에 비춰 원금 상환이 쉽지 않은 규모의 빚은 일종의 잠재적 시한폭탄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의 맹목적인 부동산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아파트 투자 거래는 돈이 된다'는 주장을 하나의 진리처럼 간주해 왔는데, 이는 투기로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조금이라도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면 얼마 안 되는 자기 자본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자는 이외에도 현대 금융론을 지탱하고 있는 5가지 이론인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무관성 정리,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 효율적 시장 가설, 옵션 가격 결정 이론을 설명한다. 어떻게 주류경제학자들과 금융회사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이용해 왔는지 살펴볼만 하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도 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현대학 개론이면서 돈과 삶에 대한 인문적 성찰까지 버무려 낸 투자학의 콘서트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투자학'은 그저 사치스러운 얘기일 뿐이다.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경제적 자유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