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최근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징계내용을 이례적으로 조기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김 행장에 대해 사퇴 압력을 넣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은 통상 일주일 이상의 시차를 두고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돼 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이번 제재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그 내용을 일반 국민에게 하루 빨리 공개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김 행장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모두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2일 금감원이 공개한 징계내용에 따르면 김 행장은 2011년 하나캐피탈의 대표이사 시절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직간접적 관여하에 내부 규정상 투자 부적격업체인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추진했다가 59억5200만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당시 투자 과정에서 김 행장의 부실심사가 드러났다. 하나캐피탈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지분투자 승인신청서’에도 “최근 금융감독원 경영진단 결과 미래저축은행의 2011년 6월말 기준 주당 가치는 7312원으로 당사 투자 1주당 가격 5000원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는 등 경영개선계획의 이행가능성을 의문시하였음에도, 김 행장은 미래저축은행 대주주와 풋옵션 약정을 체결하고, 이행담보로 유명화가의 그림을 설정하는 등 부실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더군다나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등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또 김 행장은 이사회 의견절차를 불이행하고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했다. 미래저축은행이 요청한 시한까지 ‘증자참여 확인서’를 송부하기 위해 급하게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견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치 미래저축은행 지분 투자 관련사항에 대해 심의 의결한 것처럼 이사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해 서면으로 이사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김 행장은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지분투자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이사회 안건 첨부서류인 유가증권투자 승인신청서를 사후에 조작하는 등 위법 행위를 했다. 이사회 의안 첨부서류인 ‘지분투자 승인신청서’를 이사회 의결일 이후 ‘유가증권투자 승인신청서’로 임의 대체한 것이다.

아울러 김 행장은 경영공시업무도 불철저하게 수행했다. 자기자본의 5% 이상에 해당하는 타법인 발행 주식을 취득한 경우 여신전문금융업협회 및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하는데,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8.5%에 해당하는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도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이달 17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해 투자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소명했다. 김 행장 측은 미래저축은행이 정상황될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고 투자금의 5배에 달하는 담보를 설정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