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양수산 연구개발(R&D) 중장기 계획에서 해상안전 관련 기술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세월호 사고로 해상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관심은 아직도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해양수산부는 23일 해양수산 R&D 중장기 계획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해양수산 R&D 중장기 계획은 지난해 해수부 출범에 맞춰서 해양과 수산 분야의 R&D 투자 계획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0년까지 7년 동안 70개 중점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이날 해양수산 R&D 중장기 계획을 의결을 예정이다.

해수부는 70개 기술 가운데 20개 기술을 ‘퀵윈(Quick-Win) 기술’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퀵윈 기술은 파급효과가 크고 조기 성과창출이 가능한 기술이다. 7년간 70개 중점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예산이 총 6조9000억원에 이르는데, 이중 40%에 이르는 2조원 정도를 퀵윈 기술 개발에 투자된다.

문제는 해상안전과 관련된 주요 기술개발이 퀵윈 기술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70개 중점기술 가운데 ‘연안재해 저감 및 해양교통 안전 확보’ 관련 기술은 8개다. 이 가운데 퀵윈 기술에 포함된 것은 연안재해 관리 기술과 e내비게이션 기술 2개에 불과하다. 특히 해양구난 기술, 인적요인에 의한 해양사고 저감 기술 등 해상 사고와 직접 연결되는 기술들이 퀵윈 기술에서 탈락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정부는 주먹구구식 구조작업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작업 지휘 체계도 엉성했을 뿐더러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민간이나 해외에서 빌려오면서 구조에 필요한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세월호 선원들의 인적과실이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받는 등 다른 대부분의 해상사고처럼 이번 사고도 인재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범정부 차원에서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해양구난 기술이나 해양사고 저감 기술 같은 핵심 기술개발은 R&D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20개 퀵윈 기술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지정이 된 것”이라며 “퀵윈 기술 외에 나머지 중점기술들도 정부가 지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