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나오는 우분(牛糞·쇠똥), 하수 처리 때 생기는 침전물…. 환경오염의 주범(主犯)이자 처리하기 쉽지 않은 쓰레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세계 최초로 우분을 활용한 친환경 제선(製銑·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쇳물은 고로(高爐·용광로) 안에 철광석과 코크스(석탄 덩어리)를 넣고 섭씨 15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다. 보통은 이때 연소를 돕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코크스 대신 일부는 미분탄(석탄을 잘게 간 것)을 집어넣는다. 우분은 이 과정에서 쓰인다. 실험 결과 말린 우분을 미분탄에 섞어 넣을 경우 연소 효율이 30%까지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픽=김현국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분의 활용 범위는 더 있다. 고로나 전기로에서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발생한다. 이 부산물은 아연과 같은 불순물만 제거하면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불순물을 제거할 때 고온의 열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코크스나 무연탄을 연료로 썼다.

회사 관계자는 "우분을 쓸 경우 필요한 화력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분은 국내에서 연간 2300만t 정도 발생한다. 극히 일부만 퇴비로 활용될 뿐 대부분은 별도의 비용을 들여 폐기 처리해왔다. 값싸게 들여올 수 있는 우분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코크스는 9~10가지 석탄을 배합해 만든다. 여기에 미점탄(석탄의 종류)이 들어가는데 이를 우분으로 대체할 경우 기존 코크스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원가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우분을 연료로 쓸 경우 같은 무게의 코크스에 비해 열량이 35% 높은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제철소 내 발전소용 연소 가스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하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 찌꺼기(유기성 슬러지)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이달 2일 밝혔다. 유기성 슬러지는 발열량이 높아 말리면 연료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기존 슬러지 건조 방식은 섭씨 160~600도의 높은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전체 운영비의 70%를 차지했다.

포스코건설이 개발한 기술은 섭씨 120도 이하의 열을 쓴다. 공장에서 버리는 폐열을 이용하면 연료비를 들이지 않고도 슬러지를 말릴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방식보다 30% 이상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말린 슬러지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보조 연료로 쓸 수 있다.

지난 8일 경남 하동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 8호기에서 '10㎿(메가와트)급 건식(乾式) 이산화탄소 포집(捕執) 플랜트' 준공식이 열렸다. 고체 흡수제를 이용해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설비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스템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에너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남부발전은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세 조류를 키워 화장품·의약품·바이오 오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 여수 공장은 나프타 분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재활용한다. 이 메탄가스로 가스터빈 발전기 3기를 돌려 연간 76.5㎿ 전력을 자체 생산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추가로 27㎿급 가스터빈발전기 1기를 설치 중으로, 완공되면 우리나라 4인가족 기준 21만4000가구가 한달 간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업들의 친환경·고효율 기술 개발이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