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한동안 주택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전용 85㎡초과 중대형 아파트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주택 불경기 여파로 가격이 많이 내렸고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시장과 경매시장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몰리는 모습이다.

◆ 중대형 아파트, 청약·경매·매매 시장에서 인기

지난 17일 SK건설이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서 공급한 ‘구서SK뷰’ 전용 100.9㎡A형은 20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609명이 몰리면서 평균 30.4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같은 단지 전용 114.1㎡형은 3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407명이 몰려 1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GS건설(006360)이 지난 17일 공급한 ‘역삼자이’ 아파트의 전용 114B㎡는 76가구 모집에 155명이 청약해 평균 2.03대 1로 순위 내 마감했다. 분양가가 가장 싼 층이 13억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인기를 끌었다. 대림산업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공급한 ‘대림아크로힐스’ 역시 중대형인 113㎡ 28가구 모집에 59명이 청약해 경쟁률 2.1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구서 SK뷰 모델하우스 방문객 모습

중대형이 먼저 마감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인천 구월 보금자리지구 S-2블록에 분양한 ‘구월 보금자리지구 한내들 퍼스티지’는 84㎡ 초과 3개 타입이 먼저 마감됐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85㎡초과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이달 20일 기준 85.3%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09년 9월 88% 이후 약 5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대형 일반 아파트의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용 85㎡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0월(0.04%) 상승세로 반전한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3월에는 0.21% 올랐다. 중대형이 많은 버블세븐 지역 역시 아파트값이 소폭 오름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버블세븐 중대형 아파트 값은 3월 말 기준으로 0.59% 올랐다.

◆ ‘중대형 바닥쳤다 인식·공급 부족’ 다시 인기

중대형 아파트 값은 그동안 많이 내려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기가 살아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신계동 e편한세상 109㎡형의 경우 최고가였던 2012년 8월 8억6000만원에서 현재 18.6% 가량 하락한 7억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마포구 도화동 현대홈타운 138.8㎡의 경우 2011년 9월 6억5000만원에서 21.5% 하락한 5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동안 중대형 물량 공급이 없었던 점도 이유다. 주택 불경기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공급이 뚝 끊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입주 물량은 23년만에 가장 적은 2만8522가구였다. 1년 전보다 19.5% 줄어든 수준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중대형 평형 새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 인기 지속될까…위치 따라 온도차 있어

중대형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이남수 서초PWM센터 PB팀장은 “강남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 지어지는 중대형에 대한 잠재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당분간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가격 별로 아직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팀장은 “헌집에서 새집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있으나 가격이 크게 오름세를 보이지는 않는다”며 “경기 북부나 용인 등은 여전히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야 중대형 평형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