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펀드' '쫄망 펀드(쫄딱 망한 펀드)'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눈물을 뽑았던 베트남 펀드가 올 들어 180도 달라졌다. 한때 마이너스 60%까지 떨어졌던 수익률이 올 연초 이후엔 20%대를 기록하면서 전체 해외 펀드 중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설정 이후 총수익률도 속속 플러스로 전환돼 드디어 본전을 찾은 상품도 등장했다. 올 들어 베트남 주가지수(VN지수)가 12% 넘게 상승한 덕분이다. 베트남 펀드는 중국 펀드와 함께 2006~2007년 우리나라에 해외 펀드 투자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베트남 펀드의 실적이 급반전하자 '지금 베트남 펀드에 들어볼까' 고민하는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와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인 금융사들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분산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뒤늦게 원금 회복…대다수는 이미 손실 보고 환매

연초 이후 2000여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6%. 그런데 베트남 주가지수와 연동하는 베트남 펀드는 적어도 1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펀드 수익률 상위 10위 가운데 9개가 베트남 펀드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1' 펀드는 25.2%의 수익률로 전체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가 설정된 2006년 6월에 가입한 투자자는 올 1월 20일을 기점으로 그동안 마이너스였던 수익률이 드디어 플러스로 전환되는 기쁨도 맛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베트남 펀드나 동양자산운용의 베트남 적립식 펀드 등도 올해 수익률이 20%를 기록하고 있고, 설정 이후 수익률은 30~40%대에 달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거래소 VN지수는 올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대비 이달 18일까지 12.03% 올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인도네시아·필리핀 등과 함께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최근까지의 베트남 주가 그래프를 보면 최근의 반등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그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에 경쟁적으로 베트남 펀드가 출시되던 때는 그래프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06년 말~2007년 상반기 무렵이었다. 2007년 3월 12일 1170.67포인트를 기록했던 VN지수는 2009년 2월 24일 235.5포인트까지 급락했다. 만성적인 무역 적자와 물가 상승이 지속한 상태에서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증시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이때를 견디지 못하고 펀드 투자자의 50% 이상이 손실을 보고 환매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2012년부터 정책금리를 8차례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다. 효과는 속속 나타났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2년(5%대 초반)보다 높은 5.8% 성장하고 수출은 작년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엇갈리는 투자 전망, "여전히 신중해야"

앞으로도 전망은 나쁘지 않다. 그간 49%로 제한됐던 외국인의 기업 투자 한도가 올해 60%로 확대될 예정이고, 삼성전자가 베트남 현지에서 스마트폰 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해 내년이면 베트남에서만 3억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등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가 많다. 어두운 경제 전망을 즐겨 내놓는 월가의 비관론자인 '닥터 둠(Doom·파멸)' 마크 파버(Faber)조차 최근 "베트남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황영진 연구원은 "베트남 주식시장 규모가 여전히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작아 일부 세력에 의해 크게 흔들리기 쉬운 구조"라며 베트남 증시의 변동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인 한투운용 베트남사무소 오재원 부장도 "최근 시장이 너무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횡보 국면을 보일 가능성이 많다"며 "철저한 분산 투자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