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이달 중순 유럽의 아일랜드 중앙은행에 모바일 결제·금융 서비스 승인을 요청했다. 유럽 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발행, 이용자들끼리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서로 돈을 주고받고, 대금 결제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중국 알리바바·텐센트는 이미 모바일 금융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상업은행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구글·애플·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같은 모바일 메신저 업체도 속속 금융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금융과 IT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펀드에 83조원 몰려

모바일 금융이란 스마트폰·태블릿PC에 금융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신용카드·은행통장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백화점·대형마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은 금융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모바일을 통해 진행된 결제액은 3600억달러에 달하고 올해는 5070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향후 모바일 금융·결제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다. 알리바바 그룹은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즈푸바오에 자신의 은행계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자금 대출, 펀드 상품 가입까지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 작년 6월 37개 중국 금융회사와 제휴해 시작한 즈푸바오의 펀드 투자 서비스에는 현재 5000억위안(약 83조4000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馬雲·영문명 잭 마) 회장은 "알리바바가 플랫폼·금융·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최대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을 운영하는 텐센트도 즈푸바오와 비슷한 '차이푸퉁(財付通)'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텐센트는 27개 금융회사와 함께 펀드 상품을 출시해 500억위안(약 8조3400억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금융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두 업체는 최근 상업은행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두 업체는 민영은행 투자자로 참가해 은행 운영에도 관여할 전망이다.

모바일 금융·결제로 수익원 다변화

구글은 작년 이메일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전자지불 서비스 '구글 월렛'을 직불카드와 연결해 송금·펀드 투자 등 본격적인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 계정에 저장된 신용카드 정보를 바탕으로 모바일 금융·결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2012년 "신용카드 정보가 등록된 아이튠스 계정이 4억개가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는 이르면 6월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에서 사진·동영상 콘텐츠를 보내는 것처럼 경조사비를 전자화폐(e-money)로 주고받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도 멤버십 카드와 영화 티켓 등을 스마트폰에 저장해놓고 사용하는 '삼성 월렛' 서비스를 작년 출시했다.

IT 기업들이 모바일 금융·결제 시장에 진출하는 최대 이유는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온다. 페이스북 역시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다.

금융 서비스는 IT 기업이 진출하기 가장 쉬운 시장이다. 사용자 수억명과 신용카드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결제·송금 시스템만 구축하면 바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한번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면 모바일로 결제·송금·투자를 할 때마다 수수료가 들어와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또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국경을 넘나들 수 있어 현지 은행에 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아일랜드 중앙은행에서 승인만 받으면 유럽 전 지역 회원들이 송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금융권과의 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체는 고객의 돈을 투자해 이윤을 내는 데 집중하고, IT 업체는 고객의 돈을 모으고, 은행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사용자를 모으고 서로 연결하는 것은 IT 기업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라며 “기존 금융권에서는 고객의 돈을 투자해 이익을 내는 것에 집중하고 송금이나 결제, 투자금을 모으는 것은 IT 기업에서 담당하면 서로 간에 큰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