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쓰면 무료로 문자를 보내라고 금융당국은 그러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꼭 그렇게 세세하게 문자를 보낼 필요가 있나요?"

한 카드사 관계자가 내뱉은 불만 섞인 말입니다. 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무료 문자 서비스는 지난 1월 롯데·농협·국민카드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고 나서 금융당국이 모든 카드사에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요청한 피해 방지 대책 중 하나였지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 회의를 열고서 이르면 5월부터 일정금액 이상 사용분에 대해 이 문자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5월을 열흘 앞둔 지금까지도 카드사들은 무료 문자서비스를 시행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은 확정된 게 아니며, 서비스 제공 시기와 방법을 발표하기 난감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입니다. 카드 문자 서비스 수수료는 건당 10원이 듭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계가 무료 문자 서비스에 써야 할 비용이 1000억~15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정보가 유출되지도 않은 카드사들까지 이 부담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금융위가 문자 통지 대상이 되는 사용 금액의 예시를 '5만원 이상'이라고 밝혔는데, 10만원 이상으로 올려도 문제없지 않겠나. 하한선을 올려달라고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카드사 임원은 "결국 통신사들만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통신사들이 문자 요금을 내리도록 정부가 협상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금융당국이 내놓았던 또 다른 개인정보 유출 피해 방지 대책인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 보험'도 진행이 더디기는 마찬가집니다. 이 보험은 금융사의 책임이 아니더라도 피싱이나 해킹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면 무조건 배상해주도록 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압박하자 이달 초 보험사 4곳이 이 보험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입한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금융업계는 '5만원이냐 10만원이냐', '문자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우며 개인정보 유출방지대책을 뭉개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가 터진 지 석 달이나 지났지만, 국민들은 아직까지도 각종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용 타령이나 눈치나 보지 말고,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금융업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