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財)테크와 세(稅)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자산운용(펀드)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소득공제 장기 펀드'(이하 소장 펀드)가 출시 후 한 달이 지났다. 현재까지는 가치주 펀드에 돈이 집중되고 있다.

소장 펀드는 지난달 17일 출시돼 이달 15일까지 1개월간 15만 계좌가 개설돼 총 231억원을 모았는데, 그중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로 30%가 집중됐다.

소장 펀드란 연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펀드다. 연간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최소 5년간 유지해야 한다. 연간 급여액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다. 연 소득이 1200만원 이상, 46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소장 펀드에 600만원을 넣으면 연말정산 시 39만6000원을 환급해준다.

소장 펀드도 가치주가 인기

소장 펀드는 현재 24개 운용사에서 50개가 출시돼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그중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가 15일까지 설정액 72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이 펀드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에 투자한다.

올해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가치주 펀드가 인기를 끈 것이 소장 펀드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는 올 들어 1676억원이 순유입돼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올해 수익률은 11.5%를 기록 중이다.

2위는 출시 한 달간 32억원 순유입된 '신영마라톤소득공제증권자투자신탁(주식)C형'이다. 이 또한 가치주 펀드다. 이 펀드는 5.7% 수익률을 올려 전체 펀드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역시 기존 펀드의 인기에 영향을 받았다. 이 소장 펀드와 비슷한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 1(주식)'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은 올해 각각 1130억원과 1061억원이 순유입돼,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소장 펀드 중에서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종류C', KB밸류포커스소득공제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주식)C클래스', '하이적극성장장기소득공제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Class C'가 출시 한 달 만에 설정액이 10억원을 넘었다. 운용사별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소장 펀드가 100억원을 모아 운용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신영자산운용이 41억원, KB자산운용이 26억원, 하이자산운용이 1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소장 펀드는 적어도 5년 이상 유지해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투자 기간이 긴 펀드에 가입할 때는 증시 수익률을 좇는 인덱스 펀드에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엄브렐러 펀드는 시들

소장 펀드는 투자 상품으로 증시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이 가능하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필수 유지 기간도 5년으로 길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장 펀드를 전환형(엄브렐러) 펀드로 출시할 수 있게 했다. 엄브렐러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증시 하락기에는 채권 혼합형으로 갈아탔다가, 증시가 상승할 때 주식형으로 이동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엄브렐러 펀드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소장펀드를 엄브렐러형으로 출시한 KB자산운용이 26억원을 모았지만,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8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7억원, 우리자산운용 5억원 등 상대적으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