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을 대표하는 '빅(Big)3' 조선업체가 때아닌 실적(實績) 부진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同期) 대비 97.8% 급감한 80억원, 삼성중공업은 58.3% 줄어든 183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도 작년 4분기보다 11.5% 감소한 116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해당 기업들도 이런 전망에 상당부분 수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우울해진 것은 조선업체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던 '해양 플랜트'의 수익 악화 때문입니다. 해양 플랜트는 바다에서 석유·가스 등을 캐서, 저장해서, 운반하는 설비를 말합니다. 2~3년 전 업체들마다 드릴십(선박 형태 시추선)·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등 해양 플랜트의 수주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이젠 조선소가 아니라 해양소'라고 자랑했던 그 해양 플랜트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지요.

무슨 사정 때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꼼꼼히 수익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물량 위주로 해양 플랜트를 수주한 탓이 큽니다. 글로벌 해운 경기가 악화된 2011~2012년 컨테이너선 등 상선(商船) 주문이 끊어지자 조선업체들은 해양 플랜트로 눈길을 돌렸는데, 외형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 식(式)으로 해양 플랜트 물량을 땄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해양 플랜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 공사 기간이 툭하면 늘어지고, 추가 인력까지 필요해 각종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대부분 국산 부품이 쓰이는 상선 제조와 달리 핵심 부품 중 외국산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2~3년 전에는 해양 플랜트 수주가 숨통을 틔워 주는 '진통제'였지만 지금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안으로는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꼴"이라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당시에도 업계 일각에선 해양 플랜트가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고용과 실적 유지를 위해 '마약'과 같은 유혹에 빠졌던 것입니다. 조선업계가 기술력을 더 높이고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지금의 시련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 분발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