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이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기준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은 243곳 이른다. 여기에는 대기업 사업장이 다수 포함됐다.

2012년 한해 동안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국에 총 199곳이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22곳에 이른다. 산재 발생 사업장 가운데 재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수송용 기계기구 제조업체인 유성기업이었다. 유성기업은 재해율이 24.5%로, 동종업종 평균재해율이 0.5%인 점을 감안하면 50배 정도 위험한 셈이다.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재해율이 동종업종을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아자동차광주소재공장의 2012년 재해율이 6.9%로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동종업종 평균재해율인 0.9%의 8배에 이르는 규모다. LG화학(051910)익산공장도 재해율이 1.5%로 동종업종을 크게 웃돌았다. 홈플러스 같은 유통업체나 현대엠코, 삼성물산(028260)같은 건설사들도 산재가 끊이지 않았다.

재해율은 전체 근로자수에서 재해를 입은 근로자수의 비율을 나타낸 지표다. 일반적으로 사업장의 안전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이지만, 사망자와 부상자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재해의 심각성은 보여주지 못한다.

고용부는 중대사고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을 구분하기 위해 사망재해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을 따로 집계하고 있다. 그만큼 사망사고는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에 사망재해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전국에 22곳이었다.

LG화학은 사망재해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LG화학 청주공장은 2012년 OLED 재료공장에서 다이옥산 드럼통이 폭발해 현장에 있던 근로자 11명 가운데 8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2공장에선 2012년 6월 1일에 수지 생산공정에서 폭발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고, 에쓰오일 영천저유소에서는 2012년 6월 23일에 휘발유 저장탱크를 비우던 중 폭발이 발생해 3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현대EP, 티케이케미칼 같은 기업들도 2011년 발생한 사망재해 사고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면서 2012년에 사망재해 2명 이상 발생 사업장에 올랐다.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 7개소(2012년말 기준).

일부 대기업은 산재발생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2010~2011년에 산재발생 보고의무를 90회나 위반하기도 했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 산재는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손실을 끼치고 있다. 작년말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11년 기준으로 18조1270억원에 이른다. 2007년 16조2114억원에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가별 산재 사망률도 한국은 1만명당 0.96명으로 미국(0.35명), 일본(0.2명), 독일(0.16명) 등 다른 산업국가들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